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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비포장 (전태환) - 주서진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60 222.110.254.205
2020-09-14 12:49:09

<비포장>, 어느 남자가 우리들을 초대한다. 그 집에 우리가 들어가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다. 마당으로 들어가 집 문을 두들기고 들어가는 식이 아니다. 우리는 창문을 그대로 통과했고, 그의 집 내부를 구경한다. 바닥은 투명해 그 밑을 훤히 볼 수 있었고 방과 방 사이의 이동 역시 자유로웠다. 그러니까 이곳은 가상의 세계이다. 남자 역시 인간이 아닌 게임 캐릭터였다. 입도 벙긋거리지 않는 그와 대화를 이어간다.

유연한 가상의 몸,

물질의 시간성,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인터넷 속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

그 와중에도 그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무언가 까먹었다는 언급을 자주 한다. 그가 잊어버릴 수도 있을까? 컴퓨터 속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그가 무언가 까먹는 것도 있다는 사실은, 그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고(“time embedded. just like, all this.”), 그 또한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완벽하지 않음’이 바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대한 요소가 아니던가.

성대한 만찬의 자리에서 들려오는 듯 시끄러운 대화소리가 들리지만, 텅텅 비어 있는 넓은 집안. 그리고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두꺼운 눈으로 뒤덮인 설원. 한계 없는 한계의 가상의 세계에서 우리들 외로운 존재와 그, 외로운 가상의 존재는 언제든지 서로를 초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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