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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20] 탈피를 위한 의식 (권희수) - 주서진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312 추천수:1 222.110.254.205
2020-09-14 12:51:15

<탈피를 위한 의식>, 맨몸의 아바타가 유영하듯 떠올라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간다.

오래전 기록된 홈비디오 속으로 그녀가 침입한다. 전통 결혼식장, 남과 여로 분리된 상에서 밥을 먹는 모습 등. 아바타는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 가부장적 가족 의례를 방해하기도 하고, 그 밥상 위에 올라가 발길질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할머니의 옆에서 뱀처럼 몸을 길게 늘어뜨린 채 반은 인간, 반은 뱀의 모습이 되어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기도 한다. 그건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어 인류에게 원죄의 굴레를 씌웠다는 이브의 변신이자 전복, 탈피였을 것이다.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다른 모든 것은 허용할 수 있으나 선악을 알게 해주는 나무의 과일만은 따 먹을 수 없다는 창조신의 명령을 거스르고 그 선악과를 먹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실수, 원죄의 배경은 다름 아닌 ‘선악과를 먹으면 신처럼 될 것’이라는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여성)으로 지목된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아담에게도 그걸 권했고, 결국 모든 인간은 신으로부터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을 명령받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신은 이브에게 산통을 겪고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저주를, 아담에겐 스스로 일해 먹고 살아야 하는 저주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여성은 과연 모든 인류를 저주에 빠뜨린 유혹과 일탈, 죄의 원인이며 또 순종의 의무를 갖고 태어난 것일까?

아바타는 이에 저항한다. 가부장적인 관습과 의례, 과거로 다시 돌아가 이에 대해 반항, 재구성하는 그녀는 몸짓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과 억압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다. 예수상 옆에서 기꺼이 뱀의 다리를 가진 아바타의 모습은 대담하기까지 하다. 이제 아바타는 텔레비전으로부터 빠져나온다. 그녀는 그녀의 현재로, 그리고 우리의 일상 삶으로 되돌아와 또 다른 탈피를 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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