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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통영가족의 시베리아 횡단기(늘샘) – 임종우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2287 14.39.255.154
2017-09-04 12:25:51

 

작가와 가족의 시베리아 여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통영가족의 시베리아 횡단기>(이하 <통영가족>)는 서사적으로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동시에 영화가 탈장르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로드무비는 주인공이 과거에 가보지 못한 세계에 진입하면서 갈등을 겪고 변화하는 성장담을 다룬다. 여기서 방점은 '도착할 곳'에 찍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통영가족>은 '출발하는 곳'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하다. 영화는 작가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인터뷰를 담는 데 이상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들은 자신의 출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현재 가족이 형성되기 이전의 기억을,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고백한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적이거나 물리적인 출발점이 아니라 보다 정신적인 근원에 가깝다. 반면 영화의 메인 플롯이라 할 수 있는 시베리아 여행은 이미지의 무작위적 배열에 가까운 방식으로 재현된다. 이 이미지들은 비순행적이고 플롯을 구성하지 않는다. 기존 로드무비의 이미지가 도착하는 장소를 지시한다면 <통영가족>의 이미지는 그저 본 것, 다시 말해 '감각'의 차원에 놓여있다. 한편 이 이미지들을 감싸는 사운드가 유귀자와 최정규의 운문 내레이션이거나 늘샘과 예슬의 음악이라는 점은 유의미하다. 그들이 만드는 소리는 여행 중에 생성된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들이 경험한 삶 속에서 형성된 감각과 언어의 총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보름이 넘는 여행을 압축 기록하는 것을 넘어 내재되어 있거나 잠재된 감각에 접속하려 한다. 이 감각은 공동적인 동시에 사적이다. 작가가 가족 구성원을 영화적 주체로 변모시키면서 원했던 것은 공동체의 가치와 함께 구성원 개개인의 역사와 총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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