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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역사 속 시간.
<유곡리의 여름>은 검은 옷을 입은 소녀와 대조적인 군인만으로도 큰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욱이 금방이라도 싸우러 나가야 할 것 같은 군복과 달리 깨끗한 군인의 발은 긴장감을 한층 더 높인다.
경기 잡가를 제외한 아무런 대사도 없는 영화는, 주인공들의 몸짓을 통해 무언가 간곡히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쌀이 한 톨 두 톨, 이내 쏟아져 내리는 쌀알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죽어간 민간인과 군인들의 눈물로 비춰졌다.
윤회하는 삶이라고 했던가? 그들의 시신은 유곡리 땅에 묻혀, 곡식이 되었거나, 학이 되어 못다 한 아쉬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 속 유일한 대사로 볼 수 있는 ‘경기민요’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살풀이 내지 영혼을 달래는 곡으로 느껴지는 건, 역사 속 사건을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묻혔던 공간 위에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그들의 영혼이 아직도 땅속에 서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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