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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조각이 머릿속에 담긴다. 보통은 그 조각들이 나름의 법칙을 통해 배열되어 우리의 기억과 의식을 구성할 것이다. 어느 날 법칙이 헐거워져 배열이 낯설어 진다면, 그리고 그 순간에도 현실의 이미지와 뒤섞인다면,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 되겠다. 영화는 이 어긋난 프로세스의 덜 과격한 버전이다.
카메라가 화가의 물리적, 심리적 여행을 추적한다. 평범해 보였던 산책길이 심상치 않다. 어느 순간 현실의 시공간 논리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화가는 개연성 없는 기이함을 논리로 바로 잡지 않은 채 화폭에 담는다. 지나쳤던 조각들이 평면에 포개지며 농도가 짙어진다. 이물감에도 그림은 묘하게 조화롭다. 이미지들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경계를 희롱한다.
리뷰 | 박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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