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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서평주) - 천혜윤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3404 121.162.174.61
2015-08-17 12:58:27

제우스의 뜻을 어기고 기어코 인간의 손끝에 불을 쥐어 준 프로메테우스를 기억하는가. 짐승보다 약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의지, 불은 언제나 약한 자들의 희망이었다. 꽃병처럼 쉽게 바스러져갔던 청년들과, 화염병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80년대의 아우성에 2014년의 화자가 문득 묻는다. 그 때 우리들, 정말 ‘그럴 수밖엔’ 없었을까. 어두운 화면엔 흐릿한 불길의 모습만이 번지고, 관객들은 고해성사하듯 속삭이는 담담한 내레이션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인다. 운동권 학생들은 갈등해왔다. 폭력에 항거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에 손을 뻗는 일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시대의 ‘그들’과 같아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처음과 끝 모두 옳고 싶었기에 시작된 운동의 ‘중간’엔 혁명의 열기 뒤로 희생당한 무고한 생명들이 있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을 수용하는 일은 결코 이들의 믿음과는 같지 않았다. 정의롭기 위해 모순적인 사람이 되어야 했다. 모순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숨죽여야만 했다. 우리의 80년대는 그랬다.

 

리뷰  |  천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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