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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 깊이에의 강요(박기훈) - 김현원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88 추천:0
    새하얀 전시장에 들어간다. 일반적인 화이트큐브의 모습이다. 그곳에는 각각의 벽면에 영상작품들이 투사되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전시만이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영상을 벽면에 투사할 수 있게 해주는 빔프로젝터 대신 무수한 선 다발이 바닥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바닥에 흩뿌려진 흙 사이로 솟아난 검은 선들. 마구 뒤엉킨 선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흥미를 돋운다.
    선 끝에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헤드폰에서는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데, 한쪽에서는 규칙적으로 들리는 망치질 소리와 무언가에 드릴을 박는 듯한 소리가...
  • 길 위의 시간(김라) - 김현원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05 추천:0
    시위하는 교수님이라니. <길 위의 시간>의 시놉시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의 모습이 영 상상되지 않았다. 나는 살면서 투쟁과 교수라는 두 단어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바라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마주했던 교수들은 대부분 매우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고, 지성과 교양이 넘쳐흘렀으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유한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쟁과 먼 삶을 살았다면 살았지, 뙤약볕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이들의 삶을 잘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김동애...
  • 파이어 하트 (배인경, 하난 벤 시몬) – 정원 관객위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963 추천:1
    ‘심장을 해고하라’는 발랄하고도 무서운 제목만큼이나 <파이어 하트>와의 조우는 강렬했다. 어두운 극장에서 관객들은 핸드폰을 꺼내서 QR 코드를 스캔한 후 각기 다른 시간에 시작된 핸드폰 속 영상에서 소리가 겹치자 일사불란하게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스피커를 껐다. 아마 두 사람 이상이 소리를 켜두었다면 또 다른 영화적 체험이 되었을 것이다.
    핸드폰 속 여성은 또 하나의 관객이다. 그녀는 스크린의 전개에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나오는 물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기도 한다...
  • 히든 플레이스 (라주형) – 정원 관객위원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688 추천:1
    <히든 플레이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냈으나 의문이 남아 생각해보고 싶은 지점이 있었다. 끝났을 때 내게 남은 질문은 `이민심사관은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왜 이민자와 흑인 여성,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는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트랜스젠더와 청각 장애인은 반려되었을까.
    입국을 승인받는 이들은 기존의 삶을 세탁할 수 있도록 허용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동시에 체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미 가족이 미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시아계 남...
  • The Future of Futures 1 (박유정)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789 추천:1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I asked my mother, what will I be?"
    십대 때 도리스 데이의 `Que Sera Sera`를 가끔 들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라 방황할 때 무엇이든 될 거라 답변해주는 노래의 가사는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렇다. 될 일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설마 주린이가 될 줄이야. 투니버스에서 만화를 보던 90년대생은 이제 손바닥 안에서 주식 창을 보고 있다. 이것이 필연이었던 것일까.
    도리스 데이의 음악과 함께 핸드폰의 스크린을 닮은 좁고 높은 화면을 세계...
  • 왜냐고 묻지 마세요 (양근영) – 정원 관객위원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2083 추천:2
    한국 사회 노동자의 삶을 담은 `한국신작전 1`의 마지막을 장식한 <왜냐고 묻지 마세요>는 직전에 상영된 <재춘언니>와 유사하게도 가로 폭이 좁은 화면비를 가지고 있었다. `비좁음`. 그것은 이 영화의 일부를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처럼 느껴진다.
    비좁음은 인물의 공간, 상황, 그리고 인식을 형용한다. 영화의 시작은 택배회사가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요도의 순서대로 보여준다 :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그 트랙 위 수없이 많은 택배 상자들, 상자를 재빠르게 낚아채는 인간의 손, 그리고 풀숏으로 보이는 수많은 ...
  • 코리도라스 (류형석) – 이혜미 관객위원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629 추천:2
    슬럼프에 빠진 시인 동수는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하기 위해 코리도라스를 곁에 둔다. 코리도라스를 바라보다 잠이 든 그는 지난 시절의 꿈을 꾸고 그가 살던 장애인 시설을 찾아간다.
    비스듬한 고개를 따라 기울어진 지평선,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내달리는 속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빙글빙글 도는 움직임 등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는 화면은 동수의 성격을 대변한다. 관객은 바퀴 없는 객석에 앉아 그의 시점을 빌린다.
    반면 세상이 동수를 프레임에 담을 땐 그의 장애를 포함한다. 서러웠던 기억을 풀어내는 시설이나 유튜브 영상의 반응들이다. 그의 ...
  • 조에아 (유채정) – 이혜미 관객위원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769 추천:3
    조에아는 게의 알에서 부화한 유생이다. 붉은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 검게 그어진 경계를 넘어온 밀입국자 연교는 꽃게 양어장에 들어간다.
    둥근 수조처럼 원에 가까운 4:3 비율의 화면과 고정된 카메라는 반복되는 노동을 묵묵히 비춘다. 이주민으로 안착하지 못한 이주노동자의 묵살되는 성과 노동의 착취를 눈 돌리지 않고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담아낸다.
    닦아내기가 무섭게 생기는 녹조를 지워내는 그들처럼 영화는 절제된 공간과 정적인 움직임과 거세된 대사로 많은 것을 비워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과장된 공간음이 점유한다. 돌 떨어지는 소...
  • 생존에서 너에게로 (최민경, 디나 미미) – 이혜미 관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1990 추천:2
    민경과 디나는 한국과 팔레스타인에서 영상편지를 주고받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은 각자의 문화권에서 소속감과 괴리감에 대한 이야기로 유대한다.
    베란다의 쇠창살 너머 똑같은 외관의 아파트들을 훑어보는 민경은 커튼을 닫아버린다. 가족이 사는 거실에서 그린스크린을 입고 카무플라주되는 그는 아군 소속이 아니면 죽임 당하는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린스크린 옷과 가면,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에 그의 모습 대신 외부 풍경의 이미지가 크로마키된다. 내가 놓인 환경에서 고유한 나는 생존에 불리하기에 자신의 일부를 구체적...
  • 안에 있는 자, 밖에 있는 자 (정현석) – 이혜미 관
    [2021] nemafb 2021-09-01 조회수:2166 추천:1
    방 안에서 누군가 분사(焚死)한다. 창밖에선 누군가 낙하한다. TV 화면과 창문 너머 추락하는 타인의 고통을 무심히 누워 관망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스크린 너머 보는 관객도 방관자가 된다.
    타인의 고통은 그저 이미지, 데이터, 노이즈에 불과할 때가 많다.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미되면 볼거리가 되고 이를 보러 가거나 이야기 나누는 이들은 관객이 된다.
    TV 속 이미지는 ‘하녀’(1960)의 파멸로 치닫는 장면을 발췌했다. 추락하는 하녀와 절망하는 동식의 얼굴이 디졸브되어 점멸한다. 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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