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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조에아 (유채정) – 이혜미 관객위원
nemafb 조회수:78 222.110.254.205
2021-09-01 12:32:23

조에아는 게의 알에서 부화한 유생이다. 붉은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 검게 그어진 경계를 넘어온 밀입국자 연교는 꽃게 양어장에 들어간다.

둥근 수조처럼 원에 가까운 4:3 비율의 화면과 고정된 카메라는 반복되는 노동을 묵묵히 비춘다. 이주민으로 안착하지 못한 이주노동자의 묵살되는 성과 노동의 착취를 눈 돌리지 않고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담아낸다.

 

닦아내기가 무섭게 생기는 녹조를 지워내는 그들처럼 영화는 절제된 공간과 정적인 움직임과 거세된 대사로 많은 것을 비워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과장된 공간음이 점유한다. 돌 떨어지는 소리 같은 물 떨어지는 소리, 바닷바람 소리, 솔로 얼룩을 박박 닦아내는 소리가 귀가 막히도록 가득 찬다.

연교와 윤수는 각자 개별의 프레임이나 수조로 분리되어 고립한다. 수조가 근경부터 중경까지 차올라 너머에 상체만 보이는 그들이 부유하듯 보인다.

관객의 궁금증에 묵묵부답인 그들을 대신해 라디오에선 거르지 못한 밀입국자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윤수는 세상의 소리와 무관하려는 듯 어둠으로 숨는다. 파란 슬레이트 창고와 내부의 녹슨 적갈색은 밀입국하는 첫 장면의 색감을 연상케 한다.

노동의 하루 끝에 냉장고에 장거리를 넣는다. 노동의 대가는 다음 날 노동을 하기 위해 섭취할 음식이 되고, 낮 동안 남의 양식을 위해 비추던 빛은 밤에 냉장고에서 발하는 빛으로 치환된다. 그들에게 검은 밤과 흰 낮은, 삶이 담긴 밤낮이 아닌 한낱 흑백의 반복일 뿐이다.

 

연교는 다른 곳으로 탈피하려 배에 시동을 걸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세상이 씌운 알에 갇힌 듯 그의 발길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종점이 원점인 것처럼 유일한 서식지인 양어장으로 회귀한다.

연교가 잠을 청할 때는, 화면에 대각선으로 어정쩡하게 위치해 누워 있지도 서 있지도 않아 보인다. 눈을 감지만 해상 밀입국을 상기시키는 물소리에 뒤척이다 물속에서 유생이 그러하듯 벽에 붙는다. 그렇게 웅크려 잠들지 못하고 숨죽이듯 항해했을지 모른다. 기억은 공명을 일으켜 연교의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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