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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요코하마에서의 춤2008(김형주/이정식) - 김화원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2692 추천수:4 121.162.174.61
2015-08-11 10:59:34

신문에서 전하는 간결한 부고에는 삶의 묵직하고 눅눅한 모든 것은 생략되기 마련이다. 이 9분짜리 영상은 어떤 한 인물을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그의 인생을 다 담아내기에는 신문의 부고처럼 더없이 짧았지만, 그가 느꼈을 감정의 무게만큼은 고스란히 담아낸 듯하다. 다양한 질감의 소리와 빛, 목소리가 영상 안에 어우러져 시가 되고 춤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추모 방식이자 예술작품이 되었다.

역광으로 검은 실루엣만 드러난 한 남자가 보이고, "이쿠라(얼마)" 라는 말이 강박적으로 들려온다. 남성 성노동자였던 그가 죽기 전까지 가장 많이 들었을 말일 것이다. 이어서 그가 반복해서 소리친다. 나는 한국인이고, 성노동자라고. 아마 그가 가장 많이 했을 말이다. 이 외침은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는 호소로 들렸다가, 문득 “이게 내 전부는 아니다.” 라는 절규로 다가왔다. 어쩌면 남들이 그를 함부로 판단할 법한 말이기 때문이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형체로 진짜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하나도 알 수 없는 말이 반복해서 들려오는 와중에, 나는 그의 진짜 인생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완벽한 타인을 추모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그를 오해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써야만 한다. 표면적으로 그를 나타낼 수 있는 큰 키워드들은 주어졌지만 나는 아직 그가 자신의 직업이나 성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나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고 싶다. 좋아하는 요리와 농담을 던지는 스타일, 웃는 모습 역시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녔는지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두어 줄의 부고로 정리될 만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9분짜리 영상으로 타인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이방인이었고 성소수자이면서 성노동자였다. 이를 미루어보아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했고. 그래서 더 치열했을 삶이었을 거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기록으로써 한 사람을 기억하게 만들려는 의도에 걸맞게, 나에게 그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제 나는 그를 종종 떠올리며 오래 기억하고 싶다. 다만 아직 그의 진짜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리뷰  |  김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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