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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김경묵/기진) - 윤나리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2674 추천수:3 121.128.236.41
2015-08-10 17:02:45

 

<유예기간> (김경묵, 기진 감독)


그림자의 명암이 향하는 곳

최근 한겨례의 토요판 르포에서는 영등포 집창촌을 두고 ‘서울에 스며든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이 ‘스며든 그림자’는 김경묵, 기진 감독의 <유예기간>에서 문자 그대로의 방식으로 충실하게 드러난다. 종종 보아왔던 다큐멘터리의 모자이크 처리가 된 얼굴들 대신, 어렴풋한 형상을 집요하게 감지해내는 카메라의 관음증적인 시선 대신, 명암이 뚜렷한 빛과 어둠을 교차시키며 집창촌의 성노동자들을 등장시킨다. 이후 벌어지는 관객의 감응은 철저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들의 익명성을 위해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들어진 형식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호기심과 혐오 혹은 연민으로 관철된 성노동자의 인상을 뒤로 한 채 그들이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곳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집창촌의 조명은 상품을 나열해둔 판매대처럼 밤의 불빛보다 더 화려하게 성노동자들을 감싸고 있다. 성노동자들은 밤의 불빛들이 향하는 낭만과는 달리 그들을 찾는 남성들에게 호객행위를 하지만 네온사인의 천박함과는 다르다. 집창촌 옆의 대형 쇼핑몰이 문을 닫을 무렵 집창촌의 하루는 시작된다. 대개 이 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공간을 이질적으로 나누려는 욕망에서 기인된다. 금기된 공간에 대한 한없이 편리한 선입견은 어째서인지 자본이 잠식한 욕망에 쉽게 굴복된다. 집창촌을 철거하려는 일방적인 폐쇄 선언에 성노동자들은 소복을 입고, 까나리 액젓을 몸에 뿌리며 그들이 모르는 낮의 거리로 뛰쳐나간다. 하지만 낮의 위선 또한 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두 공간의 암묵적인 위화감을 깨는 순간은 성노동자들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라든) 대상화하고 있는 두 감독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들을 찾은 남성들이 지난 밤의 흔적을 감춘 채 쏟아지는 지하철 출입구를 드나들며 출근하는 시각, 성노동자들은 감독과 함께 술잔을 기울기고, 다정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부르고, 삶을 이야기한다. <유예기간>은 2011년 영등포 집창촌의 강제 폐쇄 결과에 대화를 요청하며 대안을 찾기 위한 2년의 유예기간을 의미한다. 감독이 또 다른 상영제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공개 시기가 성노동자들의 이슈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데 아쉬운 점을 남겼지만, 이 다큐멘터리로 인해 과거가 현재형이 되듯이 그들의 유예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들의 현재를 대변할 것이다.

 

리뷰 |  윤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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