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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21] 히든 플레이스 (라주형) – 정원 관객위원
nemafb 조회수:1688 추천수:1 222.110.254.205
2021-09-01 12:40:08

<히든 플레이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냈으나 의문이 남아 생각해보고 싶은 지점이 있었다. 끝났을 때 내게 남은 질문은 `이민심사관은 무엇을 기준으로 심사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왜 이민자와 흑인 여성,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는 승인을 받을 수 있었고, 트랜스젠더와 청각 장애인은 반려되었을까.

입국을 승인받는 이들은 기존의 삶을 세탁할 수 있도록 허용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동시에 체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미 가족이 미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시아계 남성과 너무나도 확실하게 피해자인 사람들은 세탁기를 이용하는 게 가능하기에 남자는 심사국에 취직하고, 피해자들은 자신의 상흔을 씻는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히든 플레이스를 통과하기 위해 존재를 숨기고, 변호하고, 부정해야만 한다. 그가 가족사진을 되찾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성 소수자의 양육권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소통의 불가능성 때문에 그는 히든 플레이스에서 쫓겨난다. 개인적으로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건 영어로 수화를 할 수 있는 이가 상대방의 입을 읽지 못하거나 중지를 드는 제스처의 기의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는 다소 모순적이며 과장된 설정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전달력과 다큐멘터리적인 카메라워크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겐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이 영화에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모든 사람은 캐릭터가 아니라 개념처럼 소수자의 상을 대표한다.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얘기하는 Ethan Chen은 별개지만, 다른 인물들의 경우 다소 직접적으로 또한 전형적으로 각 소수자의 모습을 표현한 점이 아쉬웠다. 물론 이런 컨셉 또한 의도된 바이기도 했겠지만, 나에겐 영화가 일정 부분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히든 플레이스>가 내게 선물해준 것은 `미국적인 것`에 대한 메타포다. 내가 어렸을 때 배운 미국 사회라는 거대한 용광로(melting pot)는 실제로 존재할까. 그것은 정녕 하나의 세탁기 속에서 하나가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옷들을 임의로 재질, 특성, 색 등으로 범주화시켜 따로 세탁하는 세탁방의 형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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