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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T] 뉴미디어 대안영화 단편 1
    NeMAF 조회수:2433 추천수:6
    2017-08-20

     

    8월 18일 5시 탈영역 우정국에서 뉴미디어 대안영화 단편1이 상영되었다. <기억 박물관-구로> 권혜원,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 김현주, <설계자> 민병훈 모두 세 작품이 선보였으며, 민병훈 감독이 자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개막작이기도 했던 <설계자>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날 GT는 모더레이터 백종관 감독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데 <설계자>라는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민병훈: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 두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외적인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가 프랑스 외교의 감독 초청을 받아서 마르세유에서 제 전 작품들을 상영을 하게 되었어요. 초청을 받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줬는데 이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이 기회를 살려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적인 부분은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어요. 남의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영화감독은 영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봐요. 사석에서 '영화는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한 번쯤은 제 이야기를 정리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빌어서 영화는 어떤 것인지 제가 텍스트를 써서 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주인공이 저라고 생각해서 만든 거죠.
    중요한 건 제목 <설계자>는 애초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어요. 설계가 있어야 건물을 짓지만, 인간 모두가 신이 창조한 이미 설계되어있는 결과물이에요. 저 자체도 이미 설계가 되어있는 거고요. 큰 설계자가 이미 설계되어있는 형태의 인간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가진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무언가를 힘껏 갖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이 들어간 것 같아요.

     

     


    민병훈 감독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2012년도의 한 인터뷰지에서 <터치>,<사랑이 이긴다> 그리고 <설계자>라고 생명에 대한 영화 삼부작을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그때 <설계자>가 이 <설계자>인가요?

    민병훈: 완전히 다른 기획이에요. 지금 설계자는 이 내용을 생각해서 바로바로 뱉어낸 거고요. 질문하신 영화는 지금 <겁쟁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4월에 촬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목과 관련해서 조금 더 질문을 드릴게요. 감독님 영화를 보면 가톨릭과 관련된 모티브나 혹은 크레딧에 지원이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던데요. '설계자'를 불어로 검색해보니 사도행전에 그 단어가 들어간 문구가 있더라고요. 혹시 그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민병훈: 그걸 사용하면 너무 좋지만 차마 그럴 순 없고요. 제 종교가 가톨릭이에요. 우연하게 가톨릭 문화원이든 어디든 영화를 할 때마다 저에게 필요한 손길을 내주는 분들이 있으세요.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이나 그런 단체에 대해서 되게 감사해요.

     



    배우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여배우도 프랑스에서 캐스팅하신 건가요?

    민병훈: 마르세유에 거의 한국인이 안 계세요. 그곳에 대학원이 있는데 여자 배우분이 졸업하기 전에 제가 온다고 하니까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보다가 캐스팅을 했죠. 이런 내용으로 하면 어떨까요? 하고 공손하게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해보자고 하셨어요. 본인 스케줄이 있어서 옷도 두 번 갈아입어가며 하루동안 촬영했죠. 촬영상 동굴도 가야 해서 가이드 역할도 해주셨어요.
     

     


    남배우의 캐스팅도 궁금합니다.

    민병훈: 저희 연출 쪽 분이었어요. 들어올 때 조건이 있었어요. 같이 일할 때 학원은 가지 마라. 연기하려면 영화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준비하고 있는 영화, 만들고 있는 영화, 후반 작업 영화 이 세 개를 동시에 하고 있거든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와서 배우면 배우를 하는데 에너지가 온다고 이야기했죠. 아는 게 더 중요하지 학원에 가서 누군가를 흉내내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요. 이 친구가 연출에서 일했으니 뭘 원하는지 알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를 불러서 작품을 촬영하게 됐죠.
     

     


    관객1: 감독님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하셨는데요. 한 장면 중 어느 여자분이 와서 한국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부산에서의 기억들을 갖고 있기도 했죠. 그런 장면에서는 어떤 생각이나 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민병훈: 한국 영화계 사회에 대해 얘기이기도 해요. 제 태도이기도 하고 제 이야기이기도 하죠. 어떤 분들은 비겁하다. 혹은 용기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와 혼연일체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의 내용 중 영화가 상영되기 전 소개 멘트를 들은 감독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무엇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건가요?

    민병훈: 모더레이터가 소개할 때 ‘입양된 한국인’이라고 설명을 해요. 이 부분이 너무 짜증이 나는 거죠. 나는 프랑스 사람인데… 실제로 만나 뵌 입양된 분들이 많아요. 한국이 입양률이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인데,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영화제에서 만나면 의도적으로 저를 피하세요. 다들 한국말도 하고 한국도 와봤어요. 그런데 한국을 싫어해요. 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데. 연출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미지가 너무 매혹적이었어요. 로케이션은 마르세유라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부산을 택하신 건 같은 항구도시여서인가요? 어떻게 부산 로케이션이 결정되었나요?

    민병훈: 조사를 해보니 예전에 입양될 때 실제로 부산항에서 마르세유로 갔다고 해요. 비행기가 아니라 부산항에서 이박삼일 밤새며 마르세유에 도착했다고 해요. 그런 사례가 있어요. 부산 말고도 제주도, 서울 촬영이 있었어요. 그런 공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작업하셨던 작품들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하나의 풍경 속에서 걸어가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하고 촬영하시나요?

    민병훈: 저는 공간을 굉장히 중요시해요. 맛집 같은 경우도 맛보다는 그 집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가 엄청 오래 찍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촬영도 그렇고 회식도 빨리 끝내는 편이에요. 저는 장면의 감정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로 새벽 시간대에 촬영을 많이 해요. 아니면 황금시간대라고 불리는 5시부터. 그 시간대부터 촬영을 하고 낮에는 공간 헌팅을 하죠.
    조수 생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거든요. 오래 촬영할수록 집중력도 떨어지고요. 일을 벌이거나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걸 아니까 나만큼은 절대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짧고 굵게 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만 물리적으로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이 필요해요. 여기서 준비라는 건 배우분들이 어느 정도 저의 스타일을 아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느낌이 나오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공간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에서 이미지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감독님의 생각이 되는 나레이션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알랭 레네를 지시한 부분도 있는데요. 많은 감독 중에서도 알랭 레네를 언급하신 이유는 좋아서 쓰신 건가요?

    민병훈: 알랭 레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인데요. 물론 좋아하기도 하죠. 제가 찍고 있던 마르세유라는 공간이 알랭 레네와 잘 맞았어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상상이 되었어요. 사실 기억도 잘 안 나요. 그 순간에 집중해서 만들고, 직접 독백을 적어 삽입을 했어요. 오히려 나레이션으로 보는 제 영화의 생각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게 작년의 생각이었지만 2017년인 지금도 유효하구요.

    다른 얘기지만,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받은 인터뷰 질문이 생각나네요. 물론 이 나레이션에는 들어가진 않았지만 저는 한국영화가 세월호처럼 기울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기울어졌느냐면 침몰 직전이라고 판단해요. 침몰이면 누가 호루라기를 불어야죠. 잘못되었으니 탈출하라고. 그러면 탈출을 도와주는 역할은 국가가 해야 되죠. 스크린 독과점의 형태에 있어서 범인은 특정 영화도 배급사도 아닌 국가에 있어요. 국가가 이 과속 질주를 막고 기울어져 있는 배의 상태를 원상 복귀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등까진 아니어도 출발선은 같게 해줘야죠. 제 동료, 후배들이 보고 있는데 제가 과연 소신 있게 영화를 만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게 더 비겁하다고 봐요. 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관객2: 저는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요.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나 자세 같은 점들을 말씀해주셔서 굉장히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어제 개막식에 이어서 오늘 두 번째로 보는데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이라는 프레임에 가장 잘 맞고 잘 담아내신 것 같아요. 그래서 감명 깊었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민병훈: 고맙습니다.

     

     


    남자가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는 데 가는 곳마다 똑같은 여자를 만나는 건 현실성이 없지만 영화적으로는 굉장히 여운이 남기도 해요. 이렇게 비현실적이지만 배우와 배우가 만나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민병훈: 말이 안된다는 것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니까 영화를 만들죠. 보시는 분들도 이성적으로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감정상의 동의를 얻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인물과 얼마나 감정의 동요가 있는지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제 설계의 도면을 들여다보면 저에겐 재능도 있고 모난 부분도 있겠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재능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면 된다고 봐요. 예술가가 되어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좋으면 예술가가 되는 것이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어주는 게 저의 희망과 꿈인 것 같아요. 이 소중한 공간에 초대해주시고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설계자>가 상영되어 저도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록 | 신민정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INTERVIEW] 김보람 감독
    NeMAF 조회수:3648 추천수:7
    2017-08-19

     

    “관계가 사라지고 있는 도시화된 삶, 그 안에서 공허했던 마음을 백구의 삶을 통해 돌아보고 싶었다.”

     

    김보람 감독은 제 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 ‘한국구애전’을 통해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 <개의 역사>(2017) 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김보람 감독은 현재 다큐공동체 푸른영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결혼전.투>(2013), <독립의 조건>(2014) 을 연출했다. <개의 역사>로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처음 네마프에 참여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독립해서 나와서 살았던 동네에서 이 작품을 찍기 시작했어요. 3년 사이에 세 곳을 옮겨 다니며 이사를 했어요. 이사 다녔던 동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찍어서 만든 얘기에요. 거기 안에 개도 있고 그 개에 대한 사람들의 얘기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다 포함되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갖고 있던 고민이 있었는데, 삶의 피로에 대한 부분일 수도 있고 삶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에 대한 생각들일 수도 있고.. 그런 고민을 모아서 만든 영화입니다.

     

     

     

    잡지사에서 일하시다가 2012년에 다큐멘터리로 입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보람 감독을 사로잡은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카메라에 찍는 사람이 담긴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카메라가 그냥 기계잖아요. 감정이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찍는 사람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성찰하게 하는 게 다큐 작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돌아보며 살고, 그 안에 있는 나는 또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그 사람들의 삶을 내가 이야기하려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왜 이 사람이 이렇게 사는지 계속 고민해야 하잖아요. 그게 제 삶과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고민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의 역사>가 김보람 감독님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데요. 이 전에 단편 작품들과 비교해 작업하면서 느꼈던 제일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세 편 중에 가장 길게 찍은 거였어요. 단편에도 이야기 구성의 흐름이 있긴 하지만 한순간의 인상 혹은 짧은 에피소드들로 완성할 수 있었다면, 반대로 장편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면서 따라가는 과정이 필요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개의 역사>를 구성할 때 변화들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찾아 흐름을 만드는 과정이 되게 어려웠어요. ‘꼴’을 갖춰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장편 작업을 한다는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제목에 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한글 제목은 <개의 역사>, 영어 제목은 <Baekgu>입니다. 제목만 들었을 땐 개 한 마리에만 집중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백구뿐만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모습까지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개가 동네를 떠돌던 개였고, 나이가 든 채로 동네에 왔기 때문에 원래 이름이 뭔지는 아무도 몰라요. 존재의 기록도 남아 있지 않고 존재감도 크지 않았어요. 영화를 시작할 때, 제가 느꼈던 감정도 그런 ‘존재 없음’의 감정에 가까웠었거든요. 난 분명히 살아있는데도 붕 떠 있는 것 같고,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감정을 백구를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어요. 개의 역사를 기록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동네 개’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고 ‘개 같은 존재’라고 하면 밀쳐내지는 존재들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개’라는 단어랑 ‘역사’라는 단어를 붙여보고 싶었어요.

    이 제목을 처음 생각했던 게 ‘내가 이걸 영화로 찍겠어’라고 결심한 날이었어요. 백구를 돌봐주시던 아저씨가 운영하시던 슈퍼가 철거되는 걸 봤거든요. 아저씨가 30년을 채 못 채우고 이사를 하셨고, 텅 비어있는 슈퍼를 봤는데 그때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그날 그걸 찍고 내려가면서 ‘아 이거는 개같이 하찮은 것들에게 의미부여를 해주는 그런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와 그 중에서도 공터에 이름 없는 백구를 촬영하기로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남산 아래 동네에서 살았었는데, 버스를 타려면 계단을 무조건 올라가야 해요. 그 계단 바로 옆에 백구가 살았던 창고 건물이 있어서 맨날 보게 됐고, ‘저 개는 왜 저기 혼자 있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그냥 짧게 한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찍기 시작했었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마주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동네의 모습이 아니라 카메라로 담은 영상이기에, 카메라의 시선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의 역사>에서 핸드헬드나 정지화면처럼 매끄럽지 않은 영상들을 연출하셨는데,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배경이나 제 얘기를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처음엔 백구 모습으로만 가편을 만들어 모니터링을 받았는데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개의 이야기 자체가 아닌 밖에 있는 얘기였거든요. 그래서 일 년을 다시 찍고 편집해서 지금 버전이 나왔어요. 개의 얘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제가 갖고 있던 기억으로 돌아가는 거였어요. 지나온 시간을 기억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건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이런 고민의 지점에 있는 게 말씀하신 영상이에요. 영화용으로 촬영을 안 했었기 때문에, 핸드폰이랑 옛날 비디오에서 영상을 많이 가져와서 거친 느낌을 극복해야 했어요. 아저씨를 쫓아가는 장면에서 스틸로 잡아서 연결하는 씬이 있는데, 뛰면서 찍었더니 화면이 너무 흔들리는 거예요. 작은 화면으로 봐도 어지러운데 극장 화면은 무리였어요. 그 장면을 뺄 수도 있었지만,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씬이어서 고민하다가 스틸로 잘라서 넣어봤더니 괜찮은 거예요. 그리고 그 씬이 영화의 초반부에 제 배경이 나오기 직전에 있어요. 이 영화가 결국엔 제가 겪어온 저의 역사이고, 백구가 저이기도 하거든요. 과거로 회귀해서 돌아가며 매끄럽지 못하고 삐꺽하고, 쿵 하는 지점들을 겪는 모습이 표현된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이거'를 놓치고 있다 명확히 말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 가지고 있던 감정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고 알아보고 싶어서 계속 두드린 게 80분 동안 풀어진 얘기로 나오지 않았나 해요. 이 도시에 살아가는 거 자체가 서로가 서로한테 시선을 주지 못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저는 이사를 많이 다녀서 한 장소에 진득이 살며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어요. 한 장소에서 30년을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동네 이웃을 다 안다고 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지금은 사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이 분리된 삶의 형태이기도 하고, 그런 식의 붕 뜸이 도시화의 특성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도시가 표상하는, 계속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주입된 생각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기보다 계속 바뀌어야 하고 밀려나는 것들은 그냥 밀려나면 끝나는 식의 마음들이 이미 너무 우리 안에 퍼져있어서, 그렇게만 살다 보면 분명 놓치고 있는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실진 모르겠지만, 같이 고민해주세요’라는 뜻으로 이 문장을 말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보람 감독님께 ‘NeMaf2017’은 어떤 의미인가요?

    미지의 세계에 발 딛는 느낌인 것 같아요. 네마프라는 영화제 얘기를 많이 들었고, 주변에 감독님들이 가서 상영하시는 것도 보곤 했지만 제가 네마프를 가본 적은 없어요. 제 생각에 네마프는 실험영화들이 많이 상영돼서 그런지 약간 저 멀리 있는 세계 같은 느낌이 사실 있었거든요. 궁금함은 있었지만 발이 잘 닿지 못하는 쪽에 네마프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거기서 제 작업을 상영하게 될 거라곤 상상을 못 했었는데, 연락이 와서 매우 기쁨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도 많이 생기는 거 같아요. 관객분들이 제 영화를 어떻게 읽어주실까 궁금하고, 다른 작품들도 보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김보람 감독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에 주목하였다. 이 영화는 작가의 알 수 없는 감정에서 시작되었으나,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개의 역사>는 우리가 외면했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관객과 같이 고민하고자 하는 김보람 감독은 8월 24일 목요일 오후 4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토크에서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취재 및 정리 │ 이은아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LECTURE] 얀 슈반크마예르 특별강연
    NeMAF 조회수:3180 추천수:5
    2017-08-19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체코의 거장 애니메이션 감독 얀 슈반크마예르의 장편, 단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8월 18일 오후 4시, 네마프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생애와 작품 전체를 연대기순으로 훑으며 그의 작품들이 그리는 지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강연이 시작되었다. <대화의 가능성- 영화와 순수 미술의 사이> 강연에는 체코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할 차브카와 체코 문화원장 미하엘라 리가 참석하였다.

     

     

    1. 얀 슈반크마예르의 출생과 가정환경

    얀 슈반크마예르는 1934년 9월 4일 프라하에서 태어났으며 올해 83세이다. 아버지는 쇼윈도 장식가였으며 어머니는 재단사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순수미술과 인형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에는 9살 때 부모로부터 선물받은 마리오네트 인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프라하 미술산업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미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에는 프라하 국립공연예술대학교에서 연출과 무대미술을 전공하며 배우가 대형 인형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 기법은 이후 얀 슈반크마예르의 영화에서 성공적으로 이용되었다.

    얀 슈반크마예르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극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면극 극단도 창설하고,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기도 한다. 이후 극장 상사와의 논쟁 이후 다른 극장으로 옮겨가 마술적 서커스의 제작에도 관여하였다.

    1960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에바와 결혼했다. 이후 에바는 얀 슈반크마예르의 장편 영화 작업을 맡았다. 그녀는 포스터 디자인, 의상 디자인 등 다양한 예쑬 작업을 맡았다. 그녀는 <광기>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디자인 한 후 얼마 안 가 사망했는데, 그 후 체코에서 가장 명성있는 ‘체코사자영화상’을 수상하였다. 1962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첫 단편영화인 <마지막 속삭임>을 연출하고, 이후 프리랜서 혹은 감독으로 일했다.

     

     

    2. 얀 슈반크마예르의 초기작

    1967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단편영화 <자연의 역사>를 촬영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소품들은 신나는 춤 속에서 살아나고, 이러한 움직이는 박물관의 소재는 이후의 영화에서도 활용되는 주제 중 하나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전시품은 이후에 예술작품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일반 동물의 모양이 아닌 초현실주의적인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반 동물의 다른 부위들을 합쳐 괴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했다.

    1968년에는 두 편의 영화 <정원>과 <방>을 제작했다. 영화 <정원>에서는 주인공인 백발 농부가 친구에게 살아있는 울타리를 소개하고, 결국에는 친구를 울타리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의 영화이다. 두 번째 영화인 <방>은 일상적 물건의 반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얀 슈반크마예르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다. 그 기법은 살아있는 사람을 애니메이션적으로 찍는 기법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1초에 12개로 제한해 애니메이션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1971년 촬영된 <자바워키>는 어린이의 장난감이 사람 없이도 살아나는 내용의 영화로 어린시절의 감정적 본질을 표현한다.

     

     

    3. 공산주의적 정상화 시기부터 중반기의 영화

    공산주의적 정상화가 체코에서 이루어지자 얀 슈반크마예르는 작업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1970년부터 79년까지는 영화 제작을 금지당하는데, 이는 영화 <오트란트의 성>을 편집하며 공산당과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동안 그는 영화를 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특수효과 전문가로 일했다. 또한 영화보다는 미술 창작에 집중하며 자연사 캐비닛 콜렉션의 3차원 작품과 콜라주 작품을 제작했다.

    1980년 영화 촬영 금지가 해제된 후 얀은 애드가 앨런 포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어셔 가의 몰락>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얀 슈반크마예르는 그의 단편영화 중 가장 유명한 <대화의 가능성>을 제작했다. 감독은 말을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 세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공격’,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쟁’,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의 의사소통 지배’를 보여준다. 감독은 예술적이니 애니메이션 은유를 통해 파멸을 표현한다. ‘영원한 대화’는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영향을 받았다.

    <대화의 가능성>은 체코 공산당의 비난에도 불구, 외국의 영화제에서 큰 상과 호평을 받으며 얀 슈반크마예르가 첫 장편영화인 <앨리스>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앨리스>는 1988년에 개봉되었고, 얀 슈반크마예르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다음 영화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받아 1988년과 1989년 사이에 단편영화 다섯 편을 빠른 속도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4. 후반기의 영화

    1989년 벨벳혁명 이후 1992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프라하에 밀접한 작은 도시의 오래된 극장에 영화사를 설립하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1994년, 그곳에서 두 번째 장편 영화인 <파우스트>를 촬영했고 그 영화의 배우인 피트르 세펙은 영화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으나 그 이후 체코사자영화상을 수상한다. 1996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성적 도착과 쾌감에 대한 영화인 <쾌락의 공범자>를 통해 오늘날 인간의 외로움을 표현한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0년 그는 코메디 <오테사넥>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체코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2005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철학적인 공포영화인 <광기>를 제작한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이전에 사용했던 소재인 ‘혀’와 ‘고기’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간다. 그 후 2010년, 얀 슈반크마예르는 장편 영화 <살아남은 삶>을 완성했다. 이 영화에서는 그가 새롭게 만든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바로 배우의 사진을 이용한 애니메이션과 직접 배우가 출현한 부분이 섞어 쓰는 기법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꿈, 두 가지 생활을 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감독은 자신이 꿨던 꿈에서 영향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마지막 영화는 <곤충>이라는 블랙코미디이다. 시나리오는 이미 1970년에 완성하였으나 당시의 영화 스튜디오가 거절했었다. 영화는 카렐 차페크의 『곤충극장』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연말에 완성될 예정이다.

     

     

    5. 질의

    관객1: 초현실주의나 스탑모션 작품은 체코의 것이 특히 유명합니다. 체코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할 차브카: 체코는 아주 작은 나라이고, 강대국 사이에 끼어 지배를 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체코는 그들을 무력으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유머’라는 방법으로 방어했습니다. 체코의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유머러스합니다. 내 생각에 체코 애니메이션의 성공 이유는 이러한 체코 유머입니다.

     

    관객2: 얀 슈반크마예르의 인간적인 면모가 궁금합니다.

    미할 차브카: 제 생각에는 아주 독립적이면서도 똑똑하고 유머러스한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천재라서 조금 이상하고도 신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친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객3: 대부분의 영화에서 새로운 소품보다는 낡고 오래된 물건을 쓰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미할 차브카: 오래된 물건을 통해 얀 슈반크마예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는 오래된 물건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영화에 원하는 소품이 있으면 쓰레기통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장, 단편 작품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 종로에서 상영된다. 관심이 있는 관객은 회고전이 끝나기 전에 극장을 들러보면 어떨까?

     

     

    정리 ㅣ 김혜림 루키

    사진 ㅣ 김지원 루키

     

     

  • [GT] 한국구애전 단편1
    NeMAF 조회수:2777 추천수:8
    2017-08-19

     

    8월 18일 오후 12시, 탈영역 우정국에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첫 번째 상영인 <한국구애전 단편1> 상영이 시작되었다. <한국구애전 단편1>은 우주인 감독의 <Ozu, Ozu>, 김다연 감독의 <홍상수 영화에 관한 16개의 쇼트: 붙여 놓은 그림의 효과>, 콜렉티브 워크(조인한, 차미혜, 이장욱, 전성권)의 <이매방: 발디딤, 손놀림, 몸굴림에 관한 기록>, 허병찬 감독의 <소리 없는 아우성>, 김숙현 감독과 조혜정 감독의 <스크린+액션!>으로 구성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임창재 공동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우주인 감독, 김다연 감독, 조인한 감독, 전성권 감독과의 GT가 이루어졌다.

     

     

    오늘 <한국구애전 단편1> GT 진행을 맡게 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동집행위원장 임창재 입니다. 원래는 우체국이었던 공간에서 상영을 하니까 색다른 맛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구애전 단편1>에서 다섯 작품을 보셨습니다. 먼저 참석해주신 네 분의 감독님의 소개를 들어 보겠습니다.

     

    김다연: 안녕하세요. <홍상수 영화에 관한 16개의 쇼트: 붙여놓은 그림의 효과>(이하 <홍상수 영화에 관한 16개의 쇼트>)를 만든 김다연 입니다.

     

    우주인: 안녕하세요. <Ozu, Ozu>를 만든 우주인입니다.

     

    조인한: 안녕하세요. <이매방: 발디딤, 손놀림, 몸굴림에 관한 기록>(이하 <이매방>)을 만든 조인한 입니다.

     

    전성권: 함께 <이매방>에 참여한 전성권입니다.

     

     

    <Ozu, Ozu>는 1950~6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했었던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여러 영화를 발췌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우주인 작가는 평소에 오즈 감독을 좋아했었나요?

     

    우주인: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처음 오즈 감독 작품들을 보기 시작 하면서부터 작업을 계획 했습니다.

     

    우주인 작가께서 만든 <Ozu, Ozu>와 김다연 작가의 <홍상수 영화에 관한 16개의 쇼트>가 작업 방식에 있어서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홍상수 영화에 관해서 16개의 유형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김다연: 구체적으로 숫자를 정한 것은 아니고, 동시적으로나 순차적으로 재생하면 재밌겠다는 부분을 모아서 작업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영화들이지만, 앵글이나 구도 등 비슷한 장면들을 화면 분할을 통해 비교하니 마치 계산해서 찍은 것처럼 많은 영화들이 비슷한 모습을 띕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나요.

     

    김다연: 홍상수 감독 영화의 작동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려면, 쇼트나 화면을 동시적으로 모아놓고 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는 영화가 구성 되어가는 방식이나, 행동들에서 촉발 되는 대화의 시작 같은 것이 공통되는 부분들이 많고 출연하는 배우도 겹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공통적인 행동들을 모아보면 한 영화와 다른 영화 사이의 유사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배열해서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을 구성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홍상수 감독 영화 안에서 픽션이 작동하는 것과는 다르게, 화면들의 나열을 통해서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이매방>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든 전체적인 배경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조인한: 얼마 전 돌아가신 우봉 이매방 선생님은 살풀이춤과 승무의 무형문화재 보유자세요. 1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작업을 의뢰받았습니다. 이매방 선생님의 자료들, 비디오, 사운드, 사진, 포스터 등이 정말 방대하게 있는데 저희는 ‘아카이빙’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주목했던 자료는 무보였어요. 무보는 음악의 악보 같은 것인데, 동작들을 세세하게 분류를 해서 그림과 글로 설명하는 책이거든요. 무형문화재를 아카이브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점에서 작품을 생각하고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성권: 작업을 진행하면서 관계자 분들과 살풀이춤과 승무의 무형문화재 후보자들도 만나서 무보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사실 무보는 춤추시는 분들이 인정을 잘 안 해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고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자분들이 기록을 해서 보유하는 아카이브입니다. 그래서 무보를 처음 보시는 무용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기본적으로 무형의 것이란 사멸할 수밖에 없는 대상인 거예요. 사멸할 수 밖에 없는 대상에 대한 아카이브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을 했죠.

     

     

    관객2: 몸동작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이잖아요. 무보라는 텍스트를 낭독하는 것이 춤동작을 아카이빙 하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듭니다.

     

    조인한: 저희 작업의 목적 자체가 새로운 대안 아카이빙 방식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보를 통해 낭독하는 방식이 무형유산의 춤을 아카이빙 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건 더욱 아니고요. 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 정도를 하고 싶었어요.

     

    전성권: 질문해주신 부분이 핵심입니다. 이매방 선생님의 공연 테이프가 굉장히 많이 보관되어있어요. 춤을 시각적으로 보고자 할 때는 사실 그 자료를 통해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초점을 맞춘 것은, 그렇게 아카이빙된 것들을 어떻게 분류/배치 할까의 문제보다 ‘무형을 보존한다’는 개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낭독 작업을 했는데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퍼포머티브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임창재: 춤이라는 건 복제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원래의 춤, 원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형을 계속 유지하는 게 예술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아예 다른 접근을 통해 생각의 전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감상이었습니다.

     

     

    관객3: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이런 방식의 작업을 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연: 이전 작업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들 중 자동차 씬 들만 모아서 작업한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분석하고 싶은 작가나 주제가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우주인: 저도 앞으로 계속 이런 작업할 생각인데요. 감독 혹은 영화의 특정 장면, 배우 이런 소재들로 작업할 생각입니다.

     

     

    전체적으로 향후 작업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조인한: 이번에는 네 명이 공동작업을 했지만, 흩어졌다 모였다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주인: 저는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앞으로 꾸준히 열심히 하려는 생각입니다.

     

    김다연: 지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진행하는 페미니즘 기술 워크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접하고 작업을 하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 있고, 매체를 이용해 실험하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이후에 가능하면 관련된 작업을 할 것 같고, 혹은 픽션영화에도 관심이 있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록 │ 김지안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REPORT] 개막식 현장
    NeMAF 조회수:2716 추천수:9
    2017-08-19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가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오늘 8월 17일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17년차를 맞은 네마프는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에서 주최하는 뉴미디어 대안영상축제이다. 꽤나 선선해진 날씨 덕에 많은 관객들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개막식에는 김장연호 집행위원장, 임창재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예선구애위원과 본선구애위원, 귀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재형 작가의 <피아노멘터리> 개막공연으로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피아노멘터리>는 오재형 감독의 전작 <강정오이군>과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일부, 그리고 <블라인드 필름>이 상영되는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가 연주되는 작업이다. 이날은 ‘착한밴드이든’의 기타리스트 정재영이 함께 해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했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유영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피아노와 기타가 감미로운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오재형 작가는 세 편의 영상이 끝날 때마다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은 오재형 작가와 정재영 기타리스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개막식 사회는 김소희 작가와 강혜은 배우가 맡았다. 김소희 작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네마프 사회를 맡았고 강혜은 배우는 박기용 감독의 <지옥도>(2016)를 통해 올해 네마프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두 사회자는 개막식 사회를 맡은 벅찬 소감을 짧게 전하며 식순을 진행했다.

     

     

    다음으로 올해 네마프의 트레일러와 하이라이트 영상 소개 및 상영 순서가 이어졌다. 올해 트레일러는 제15회 네마프에서 대안영화상을 수상한 김숙현 작가가 제작했다. 김숙현 작가의 트레일러는 필름 위의 현상과정과 사운드가 다층적으로 겹치며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관객들은 주요 작품과 섹션, 전시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어서 올해 네마프 포스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홍이현숙 작가는 올해 네마프의 슬로건인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을 담아낸 포스터 제작에 참여하였다. 홍이현숙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페스티벌 기간동안 아트스페이스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후, 개막선언이 이어졌다. 개막선언에는 김장연호 집행위원장과 임창재 공동집행위원장이 자리했다.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은 “20개국의 128편 작품을 9일동안 상영하게 된다”며 제17회 네마프에 대한 짧은 소개로 입을 열었다. 또한 올해 슬로건인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의 의미가 “자본의 언어가 아닌 작가의 언어가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010년 네마프에서 최고 구애상을 받은 임덕윤 작가와 박종필, 김선민 작가의 작고 소식을 언급하며 “예술가들이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자유로운 작업을 했으면 좋겠고, 그 옆에 네마프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창재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네마프가 가지는 힘에 대해 언급하며 대안영상과 대한민국의 예술계 발전을 독려했다.

     

     

     

    이어서 주한 체코문화원의 미하엘라 리가 올해의 특별전인 ‘얀 슈반크마예르 회고전’에 대한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체코와 대한민국이 경제, 정치 외의 영역인 문화와 예술계에서도 많은 교류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네마프의 관객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축하인사와 자리를 빛낸 내빈 소개 이후에는 설경숙 프로그래머가 올해의 주제전의 전체 경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제전에서는 메시지의 익숙한 조합을 해체하고 그 사이의 틈을 살피는 작업들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객들이 익숙한 메시지에 잠시 멈춰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으며, 작가들은 자신의 사유를 확장하는 기회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예선구애위원과 본선구애위원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예선은 미술평론가 신현진, 프로그래머 박재용을 비롯한 총 여섯명의 구애위원이 심사를 맡았고, 본선은 김석범 교수와 미할 차브카 감독을 비록한 총 여덟 명의 구애위원이 심사를 맡았다. 또한 뉴미디어대안영화 제작지원 심사를 맡은 김현주 교수와 심혜정 작가 역시 소개되었다. 이들은 심사를 맡게 된 소감을 짧게 밝히고 페스티벌을 함께 즐겨달라며 관객들에게 호소했다.

     

     

    올해 페스티벌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인 개막작 소개 및 상영이 이어졌다. 올해 네마프 개막식에서는 민병훈 감독의 <설계자>와 다우베 데이크스트라 감독의 <그린 스크린 그링고>가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민병훈 감독의 <설계자>는 감독의 생명 3부작 중 하나로 영화를 설계하는 창작자와 영화의 사유가 담고 있는 무게를 그린 작품이다. 민병훈 감독은 “인간 역시 설계자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보았다”며 영화 전체에 대한 짧은 소개를 덧붙였다. 다우베 데이크스트라 감독의 <그린 스크린 그링고>는 상파울루에서 벌어지는 탄핵운동과 아무렇지 않은 일상 사이의 병치 뒤에서 외국인이 자신의 길을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개막작이 끝난 후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개막파티 소개 후 이 날의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얀 슈반크마예르 회고전]과 [버추얼리얼리티아트특별전X], [노르웨이 무빙이미지 특별전]을 들고 작년보다 더욱 풍성해져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의 막바지, 영화관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대안영상들과 전시를 통해 이 시대 통합의 가능성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올해 네마프는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간 마포와 종로 일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취재 │ 김혜림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변지혜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