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는 외부다, 미장아빔 Interiority is exteriority, Mise-en-abîme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Cine-Media Curation Forum 2025


 

 내부는 외부다, 미장아빔 
 Interiority is exteriority, Mise-en-abîme 

 

“나는 라디오스코피(엑스레이) 검사 동안 스크린 위의 나의 척추의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정확히 외부에, 세계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완전히 형성된 하나의 사물, 즉 여러 사물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사실은 오직 추론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연결될 수 있었다. 그 이미지는 나의 존재라기보다는 내 소유물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 장 폴 사르트르, 『존재와 무』(1968)

 

귀환하는 스크린의 몸, 그리고 움직임. 신체 내부의 이미지가 점차 보편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는 몸의 내부가 외부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은유적 표현을 넘어, 몸의 내부는 면역학적으로 외부에 위치해 있다. 몸을 통과하는 소화관을 생각해 보자. 그것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라고 여겨지지 않는 ‘비-자기’를 구분하며 몸의 내부에서 외부와 맞닿아 있다. 몸은 그렇게 안과 밖, 피부와 너머,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진동하며 하나의 상을 구성한다. 이때 매체로서의 몸은 내부와 외부의 얽힘을 드러내는 물질적 이미지다. «내부는 외부다, 미장아빔»은 광학 장치를 통해 몸의 내부성이 어떻게 이미지로서 포착되고, 생산되며, 분배되는지를 논의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시각적 인식에 관한 탐구이자, 자기로부터 타자성을 감각하고, 타자로부터 나를 감각하는 인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 있는 현재에 영원히 보지 못하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나, 나의 몸, 즉 나라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를 본다는 것은 한 괴담을 떠올리게 한다. 마주 보고 있는 거울 사이에 나의 이미지가 무한히 증식되고 재생산된다. 수많은 나 가운데 미소 짓고 있는 내가 숨어 있다. 낯선 자기 이미지와 마주치게 되는,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재획정되는 이 공포의 순간은 나를 소멸하도록 하는 동시에 응시와 존재가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상영은 길고 구불구불한 소화관을 통과하듯 이서진의 <흠집이 이어진 사이>, 양은경의 <몸과 말의 경계에서>, 장영해의 <레이>, 조희수의 <그 불안은 미장센을 갖고 있다>로 이어진다. 네 작품은 몸의 내부적 현상 또는 기관적 작동에 관한 관심을 매체의 특질과 연결한다. 그리고 이는 대중적 발명품으로서의 시네마토그라프를 기반으로 한 초기 영화의 프로젝션과 움직임에 관한 실험과도 공명한다. 영화학자 아키라 미즈타 리핏은 영화가 탄생한 1895년을 설명하며, “뇌, 신체, 마음, 영혼의 개별 기능의 경계를 넘어선 특정한 성운이 1895년의 궤도를 도는 것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1895년에 동시적으로 나타난 영화, 엑스레이, 정신분석학은 각각 “내부”의 세 가지 현상학으로 “신체, 움직임, 정신의 무의식을 드러내려는 시도”였을 뿐 아니라 대상의 표면을 꿰뚫어 보고 스크린을 관통하는 계몽주의적 “보기”에 관한 불신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내부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했던 시도는 오히려 내부에 가까워질수록 그 무언가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했고, 서로 얽혀 있던 초기 영화의 ‘과학적 경향’은 “총체적인 재현을 지향하며 편집을 통해 관객을 내러티브로 끌어들이며, 죽음에 대한 승리라는 신화를 구축하는 제도적 영화의 꿈”으로부터 점차 멀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이미지는 세기의 몇 순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감염병을 비롯하여 컴퓨터 기반의 이미지 생성과 배포와 같은 기술 조건이 일상의 저변으로 확산되면서 다시금 그것의 빈도와 강도는 증대되고 있다.


신체 감각의 재배치와 구조 및 기후에 관한 병리적 징후는 움직임의 오작동을 모두가 감지하도록 했다. <흠집이 이어진 사이>는 재구축되고 보수되는 건축물, 부식된 DVD와 그것에 담긴 잊힌 전쟁, 수족 절단 환자와 “내부의 변형장치”로서의 의족을 다루며 일종의 기억 저장장치로서 몸과 보철에 관해 이야기한다. 기억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침식과 복원을 거치며 형성되는지는 투사라는 영사 장치를 통해 탐색된다. 다채널 설치 작업을 싱글채널로 재구성한 <몸과 말의 경계에서>는 조현병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낙인찍힌 몸과 말, 그리고 이러한 언어와 이미지가 가시화될 수 있는가에 관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읽을 수 없는 언어와 보여줄 수 없는 초상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을 명명하고 진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미지 자체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레이>는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소동극으로, 인간적 감정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엑스레이 이미지로 지표화하며 감정을 물화한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엑스레이 이미지가 서사와 인간적인 것에 개입함으로써 중지되고 단절되는 이미지에 관한 역설적 실험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이미지와 네거티브 이미지 등으로 구현되는 <그 불안은 미장센을 갖고 있다>는 극단적으로 통제되는 의료 절차와 계엄이라는 선제적 선언의 압도적 힘을 감각하도록 한다. 몸을 스캔하는 원통형 기계에서 유리되는 질병의 가능성을 담지한 몸과 봉쇄된 국가의 시민의 몸이 가로막힌다. 규율되는 몸과 인공지능 이미지가 공유하는 작동 원리는 어떻게 규칙과 이미지가 특정 관점에서 생성되느냐의 여러 잠재적 형태를 인트로의 강박적 반복이라는 형식으로 밀고 나간다.     


이로써 우리는 이미 시작된 시작의 이후를 생각한다. 영화의 기원을 불러 모으는 이미지들 앞에서, 우리 앞에 놓인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들의 이후에 관해 이야기한다. 렌더링되거나 구현되는 몸 이미지들의 나타남은 과연 그것이 여전히 우리 안에 속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도록 한다. 이같은 의문은 반사되는 몸과 자아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특권적 위치를 상실하도록 하며, 그 시각을 구성해 온 이미지들 역시 특권적이지 않음을 말하고, 특권적 이미지의 재구성으로서 불안으로 매개되는 이미지에 관한 탐색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일하게 소유하는 동시에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이 사물에 관한 이미지의 불안은 몸이 사물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사물-신체와 세계가 맺는 역학 사이에서 오는 불안일 것이다. (시네미디어 큐레이터 임유빈)

 


 

일시 2025년 8월 9일 (토) 14:00
Date August 19 (Sat) 14:00

장소 KT&G 상상마당 시네마(지하 4층)
Venue KT&G Sangsangmadang Hongdae Cinema (B 4F)

패널 내부는 외부다, 미장아빔 참여작가(조희수, 장영해, 양은경, 이서진)
Artists Heesoo CHO, Younghae Chang, Eunkyung YANG, Seojin LEE

모더레이터 임유빈(시네미디어큐레이팅포럼 <내부는 외부다, 미장아빔> 큐레이터)
Moderator Yubeen LIM(Curator, Interiority is exteriority, Mise-en-abî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