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의 주장 Antigone’s Claim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 Cine-Media Curation Forum 2025


 

안티고네의 주장: 미디어, 폭력, 윤리에 관하여
Antigone’s Claim: On Media, Violence, and Ethics


기획전 제목인 '안티고네의 주장'은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저작인 안티고네의 주장( Antigone's claim)을 차용한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인 안티고네를 현대의 관점에서 재기술한 저서이다. 특히 국가 권력의 명령에 맞서 '가족의 법 위의 윤리적 책임을 주장하며 안티고네의 죽음을 맞이하는 서사를 통해 법 너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음을 통찰적으로 논의한다.  안티고네의 주장은 오늘날 법 체계 너머의 과학 맹신의 기점에 있는 오늘날에도 다시 한번 법, 기술, 윤리의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해준다.  ‘자기 기술화로 권력에 예속된 주체는 은폐된 권력에 복종되도록 훈육된다’는 푸코의 ‘정치적 몸’은 자본화가 축적된 ’스펙터클 무빙이미지‘에서 끊임없이 소비자, 관음증, 개인화, 자본화라는 행위성이 체현되어 수행되도록 길들여진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빅데이터를 응용하여 기계 학습을 하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동적 컴퓨터 환경에 내장된 알고리즘으로 설몀할 수 있다. 현재는 권력체계 하에서 인공지능 컴퓨터에 빅데이터를 저장시켜주는 자동화가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빅데이터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데이터값이 달라지는데, 빅데이터의 기본값이 특권권력의 관점에서 입력되어, 인공지능에 의해 출력되는 값은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결과물로 획일화되어 재현된다. 현재 인터넷을 부유하는 수많은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생산되는 이미지가 재현한 여성의 얼굴과 몸을 보아도 다양한 여성의 얼굴과 몸은 삭제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디지털 무빙이미지는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 이 기획전은 ’타자의 얼굴‘을 어떻게 현현(顯現)할 수 있는가를 통해 예속된 삶의 틈새를 타진해보고자 한다.

우선 1980년대부터 미디어가 가진 폭력성에 대해 심도있는 고찰을 하고 있는 미하엘 하네케의 3부작을 통해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미디어 장치의 맹점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를 가지고자 한다. <일곱번째 대륙>(1989),  <베니의 비디오>(1993),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1995)를 통해 1980-90년대 전자매체 시대의 장치인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 캠코더가 일상생활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은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능동적인 매체들과 상호교류하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영화에서 재현되는 사건들로 과연 매체는 수동적인가?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우연의 연대기에 관한 71개의 단편들>의 질문인
"무엇이 피해자와 살인자를 이런 관계로 엮이게 만든 것일까? "는 매체를 더 이상 수동적 장치로 인식하면 안된다는 시사점을 던지기도 한다. 즉, 우리는 매체를 꿈틀대고 정동을 발산하는 물질로 새롭게 사유할 필요가 있다.  

레비나스는 윤리학의 관점을 ’타자의 얼굴‘에 놓는다. 타자의 얼굴에 응답하고 환대하는 것만이 ’타자를 향한 주체적 자아‘, ’무한한 타자‘가 발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인간에 의해 수없이 많은 인간을 재현해왔다. 불법 촬영의 확대 재생산, 딥페이크 등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되는 ’디지털 무빙이미지‘를 넘는 ’윤리적 디지털 무빙이미지‘는 이러한 ’무한한 타자‘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기획전에서 선택한 이러한 작품은 <안티고네>(2019)와 <올파의 딸들>(2023)이다. 이 두 작품은 기존 카메라가 보여준 권력적 시선을 넘어 관습, 법, 제도를 넘어 우리가 체현해야하는 윤리적 시선에 대해 질문한다. 즉, '본다는 것'은 인간성과 연결되고, 인간의 도리라 할 수 있는 윤리성과도 연결된다. 상영으로 진행하는 <안티고네의 주장: 미디어, 폭력, 윤리에 관하여>와 전시로 진행되는 <디지털 무빙의 흑점(黑點, Sunspot)> 는 이러한 과정을 검토하면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태양의 흑점은 '태양 표면에서 관측되는 어두운 반점으로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 흑점은 개수가 많아지면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며 태양 폭풍과 같은 현상을 발생시키는 잠재성을 띤 존재이기도 하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이 지구의 흑점을 대변한다. 존재함을 증명할 수 없는 '재현 불가능성'을 지닌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을 대리하는 '디지털 무빙의 흑점'에 행성의 관객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예술총감독 김장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