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수요일 오후 3시 30분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장편 경쟁부문의 <J.P쿠엔카의 죽음>이 상영되었다. 이날의 깜짝 GT시간은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J.P쿠엔카의 죽음>의 주앙 파블로 쿠엔카 감독이 참여했다. 이하는 이날 GT에 대한 기록이다.
감독님은 사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명 작가분이십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참가하신 소감과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쿠엔카 : 우선, 영화를 상영하게 해주신 페스티벌 측에 감사드리고 오늘 와주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작품의 배경인 리우에서는 지금 올림픽이 개최되어 있죠. 오늘 책을 가지고 왔는데요. 책과 영화는 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다른 줄거리로 되어있습니다. 소설의 영화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극중 사건을 목격한 여성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 모든 것은 실제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모두 즉흥적으로 촬영되었다 정해진 대본과 대사는 거의 없었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극작품 같은 독특한 느낌의 영화이기도 했는데요. 그런 연출을 의도했는지 궁금합니다.
쿠엔카 : 작품의 프레이밍을 위해서 직접 그림으로 그리면서 작업했습니다. 또한 미쟝센(Mise-en-Scène)은 편집자들과 함께 미팅을 해서 만든 결과입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과는 사전미팅 없이 스탭들이 미리 캐스팅해둔 상태로 저와는 촬영 날 처음 만나 촬영을 헀습니다.
도시의 표현할 때 스릴러 같은 앵글과 느낌을 보았는데 의도하신 건가요?
쿠엔카: 느와르 스릴럴 장르를 의도적으로 차용했습니다. 작품속의 네러티브는 히치콕의 영화 <롱맨 wrong man>에서 차용했습니다.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다른 세계 같은 또 그 세계에서 갇힌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관객: 영화 전체적인 공간의 색감이 단조롭게 회색 톤의 색감인데요. 부분적인 강조도 있었. 지만요. 공간에 대한 미적연출에 관한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아까 밝힌바와 같이 느와르처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빛보단 그늘을 활용해 표현하고 싶었구요. 그리고 빌딩을 짖고 무너뜨리거나 하는 공사로 이는 먼지의 풍경도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그것은 지금 리우에서 그런 재계발 현상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나온 리우라는 공간과 그곳의 상황에서 대해서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에 와서 서울을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는데요. 리우와 비슷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계발의 모습들이 말이죠. 그런 건설현장이나 건물이 철거된 뒤 텅 빈 공터 같은 공간을 보면서 과거 그 공간이 지녔었던 역사적 의미를 상상하기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성립은 저의 정체성이 도난당한 사건과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이 도난당한 것을 하나로 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여자가 리우 항구를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항구는 18c~19c에 노예무역이 벌어지던 길이고 또한 묘지들이 있었던 곳입니다. 저는 그런 곳을 걸어갈 때면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힘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신은 믿지 안지만, 영혼의 존재는 믿습니다. 그래서 오랜 역사적 장소에 가면 영혼과 정신이 느껴지구요. 그리고 아주 오래된 유화를 보면 페인팅 이전에 그려진 스케치들의 층위가 보이는데요. 마찬가지로 도시에서도 유화가 보여주는 그런 층위가 존재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신축 아파트로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아파트가 비록 새로운 것이지만 과거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관객: 영화의 실험적인 제작방식이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치만 한편으로는 영화 내내 지속되는 단조로운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또 계획적으로 진행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파편적인 장면들의 연속으로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영화의 큰 폭이 없이 유지되는 단조로운 서사를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건지 아닌지가 궁금합니다.
영화 속 극적인 흐름이 없는 것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해매이는 듯 한 느낌의 표현이었습니다. 또 퍼즐처럼 분산된 파편적인 서사는 관객들이 실망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모습이구요. 실제로 영화처럼 하나로 완성되지 안는 모습은 리우의 모습이기도합니다.
관객: 실망한 것은 아닙니다. 재밌게 잘 봤구요. 추가 질문으로 영화에서 감독님 스스로는 어떤 부분이 맘에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대답하기 어려운데요. 구지 말한다면 엔딩장면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 장면은 가장 논쟁적인 부분인데요. 프랑스 작가 조지 바타이 George Bataille가 쓴 에로티시즘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가 있습니다, 그 에세이를 보면 “인간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기에 섹스를 에로틱하게 받아드린다.”라고 말하고 있죠. 저는 엔딩에서 그러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구요. 탄생에서 죽음다시 탄생으로의 회귀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복합적인 많은 논쟁들을 불러일으키는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관객: 작가님이라 들었는데요. 이번 영화는 네러티브가 반을 갈라진 것 같습니다. 전후반부가 다큐멘터리와 극작품으로 말이죠. 그런 양분이 전후반부를 충돌하게 하는 느낌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대립이 요즘의 디지털 비디오 작업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본업은 소설작업이시지만 요즘의 비디오 작업들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쿠엔카: 작품이 원래 처음부터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고 싶지는 안았구요. 영화 초반에 사망증명서를 만졌을 때의 그 묘한 물질성과 이질감들에서 영감을 받아 픽션과 논픽션의 공존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어떤 작품으로 부터 영감을 받은았는가’라고 묻는데, 요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없고 고전작품들에서 영감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든 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저의 대사들은 계획적이기 보다는 본능적인 것들이었습니다. 덧붙이면, 우리 모두가 픽션의 캐릭터로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우리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끊임없이 가상의 공간에 올리고 스스로를 캐릭터화 하죠. 최근의 현대미술, 비디오 아트, 영화들은 이 픽션화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가상과 현실의 구분없는 유동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거죠,
책과 영화를 동시에 작업하 것으로 아는데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네. 책과 영화는 서로 매우 다른 부분을 강조하는 작품들이에요. 예를 들면 영화에서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것들이 책에서는 50페이지로 설명되어야 할 수도 있는거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실제로 영화에서 보인 재건축 아파트로 이사해 그곳에서 살면서 소설을 집필했하고 동시에 영화장면으로도 구상하면서 두 개의 작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것이길 바랬습니다. 현제까지 이 소설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번역되었는데요. 앞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독자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이 첫 영화이신데요. 앞으로도 영화에 대한 계획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 두 세 개의 프로젝트를 구상중이구요. 앞으로도 영화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하다 보니 겸손함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보통 영화감독이라 하면 사람들은 권력자를 생각하지만 소설과 달리 영화는 물리적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도전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창작을 고민하는데요. 그러한 점들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영화역시 픽션 논픽션 경계에 있는 작품으로 하고 싶습니다. 저 예산으로 말이죠 (웃음)
마지막 인사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와주신 관객들에게 그리고 페스티벌에도 감사합니다. 자국인 브라질에서 리우 올림픽을 개최하는 동안 이번 영화를 선보이게 되어 참 뜻 깊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8.10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기록 | 최상규 루키
사진 | 손지은 루키
8월 10일 오후 7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임창재 감독의 <푸른 날>이 상영되었다. 임창재 감독은 1994년 실험영화 <ORG>를 시작으로 다수의 실험영화와 장편극영화를 연출했으며 현재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영이 끝난 후 이도훈 비평가의 진행으로 임창재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제목을 먼저 접했을 때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었는데 보고 나니까 퍽퍽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었어요. 특히 주인공 정현이 군대 제대 후 취업을 준비하며 겪게 되는 갖은 고초들을 보여주며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왜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셨나요?
지금은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고 하죠. 그게 사회 이슈로 된 지도 꽤 되었고 제 후배들을 보면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젊었을 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선배로서 마음의 책임을 느끼기도 해서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 많은 인물들이 취업준비생으로 나오는데 인디밴드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 예술가들도 꽤 많이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주인공 정현도 과거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나오는데 예술가들의 삶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으셨나요?
굳이 부각을 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주인공을 설정할 때는 작곡에 재능이 있는 캐릭터로 잡았었어요. 물론 주인공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죠. 그러다가 그 설정을 살짝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고 대부분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영화에 싱어 송 라이터로 나오는 여자 배우 분은 실제로 아카시아 밴드에서 노래도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살린 것도 있고요.
영화 속에서 보면 정현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청소 일을 하시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상황으로 나오는데 그에 따른 경제적인 압박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인물로 해석해도 될까요?
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간접적으로 노동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근로 환경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 감정 근로자 등 여러 형태의 근로자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별도로 자료조사를 하신건지, 직관적으로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
아뇨, 자료조사를 별도로 할 필요 없이 그것은 매일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현실과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화면 뷰를 넓게 잡아서 전체적으로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셨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화면 뷰가 HD보다 조금 더 긴데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저는 원래 16:9로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조금 넓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김일병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일화에서는 정현이라는 캐릭터가 무책임하고 비겁한 방관자 입장인데 어떤 의도로 그 에피소드를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픽션에서 주인공이라고 하면 아주 악하거나 선한 인물로 나오죠. 사실 그건 현실과 먼 얘기예요. 정현은 장점과 단점이 같이 공존하는 평범한 인물로 그렸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과 악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갈등을 하는데 정현도 그렇게 설정을 하신 거군요?
네, 사람마다 강한 면과 약한 면 모두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얼마만큼 드러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의 상호작용도 영향을 미치겠죠.
기존의 시나리오와 달리 촬영 시 뺀 장면들이 많았나요?
독립영화라 촬영 후에 장면을 빼는 건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촬영 전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뺀 장면들도 있죠. 아무래도 극영화니까 중심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인물들도 지금보다 더 많았는데 많이 정리를 했어요.
영화에 청년세대 인물들이 나오고 또 반면에 재력 혹은 권력을 가지고 그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는 기성세대들도 나옵니다. 어쩌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와의 대립으로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으셨나요?
일단 그런 우려는 안했고 사실 기성세대의 책임이 많이 있죠. 실제 사회에는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더 나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더 담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중반부에 뜬금없이 나오는 배달원의 얘기도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었던 갑을 관계를 표현하고 있어요.
정현과 함께 임상실험을 받았던 여성이 정현의 뒷모습에서 검정 날개를 보고 그렸다가 지운 얘기가 나오는데 날개를 잃어버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꿈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현실(땅)만 보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하늘)은 못보고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 다음에 날개를 행복과 연관 지어서 설명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관객: 영상 중간에 화면이 자연스레 넘어가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편집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네, 편집을 수개월동안 정말 많이 했어요. 우연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 씬은 편집하는 데 일주일 걸린 것도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정현이 술 취한 사람을 도와주고 칼에 찔린 후 꿈인 것 같기도 하고 과거 회상장면 같기도 한 장면이 나옵니다. 인물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노는 모습과 정현이 죽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나오죠. 이 엔딩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일부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장면이에요. 바닷가에서 인물들이 어울리는 모습은 사실 저의 바램을 나타낸 거고요. 해석은 각자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 한 말씀 청하면서 오늘의 GT 마무리하겠습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시간 내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독립영화가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완성 이후에 관객을 만나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급, 상영, 홍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한 100편이 만들어 진다면 그 중 10편이 상영 될까 말까 한 현실입니다. 저도 촬영과 편집이 끝난 날은 기쁘지만 그 다음날부터 고민은 더 깊어지거든요. 이것도 제가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음 달에는 해외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관객 분들 만날 때 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작업 관련해서는 항상 머릿속으로는 이번엔 수익을 낼 수 있는 영화를 하자고 생각하는데 수익을 내는 영화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고 예술적인 영화도 가치가 있어서 항상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 분들에게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08.10.
진행 │ 이도훈 비평가
기록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
근대성과 도시를 다룬 작업들은 7,80년대부터 수많은 작가들이 시도해오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어법으로 근대화로 벌어지는 상실과 보존사이 갈등의 지점을 주름잡았다. 이미 새겨진 수많은 주름들 사이로 젊은 작가 안상범은 이제 막 자신만의 어법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네마프를 찾은 작가 안상범, 올해에는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지 서면으로 만나 보았다.
제 15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전시제에서 관객구애상을 수상한 바 있으신데요, 올해에도 참여하게 된 계기 및 소감을 말씀주신다면?
작년에는 공모 지원을 통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사정상 공모에 지원하지 못했었는데, 네마프로부터 과거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 있다고 연락을 받아서 제작 중인 작품의 프리뷰 영상을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려는 작가로서 작품을 상영하거나 전시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네마프를 통해 거듭 작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사대문의 도시 Part 4>는 인터뷰와 픽션이 결합된 다큐멘터리 픽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선택하게 된 계기, 혹은 영감을 준 다른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대문의 도시>는 독립적인 테마를 가지는 서울의 사대문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루는 4채널 다큐멘터리로 계획되었습니다. 그래서 각 부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줄 장치가 필요했고, 모든 문과 연결되는 한양성곽을 따라서 걷는 산책자H 라는 인물을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픽션의 결합은 다큐멘터리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부분들을 드러낼 수 있는 가상적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철거되는 옥바라지 골목에서 실체가 있는 유물을 발견한다는 허구적 상황을 부여함으로써 희망을 이야기하는 반면, 대물림되는 또 다른 죽음을 연상시키는 의도를 가지게 됩니다.
작품의 내용에 있어서 주된 영감을 준 작가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 기록물이나 현장에서 영감을 받은 편입니다. 형식에 있어서는 자 장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오메르 파스트등 다수의 작가로부터 영향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다큐멘터리의 형식성을 뛰어넘는 시도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에 서사를 덧입히는 직접적인 방식보단 상상을 유도하는 포에틱(poetic) 영상 작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작년 글로컬 구애전에서 선보인 <집향>과 마찬가지로 <사대문의 도시 Part 4> 역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다루고 계시는데요, 특별히 이러한 소재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이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집향>은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가 재개발로 사라지게 된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네마프에선 소개되지 않았던 <연금술사의 돌>(2015), <우음도>(2015)에서도 마찬가지로 장소의 변화와 상실을 어느정도 다룹니다. 집향 이후로 매번 장소성의 상실이라는 주제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라지는 과정이나 특정 사건을 명시적으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 보단,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지 더 고민합니다. 대체로 역사는 거대서사만 기록되고 개인적인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거나 은폐됩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옥바라지 골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옥바라지라는 행위 자체가 흔적이 남기 어려운 무형의 역사이면서 사람들의 기억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역사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에 서울시는 서대문형무소와 한양도성을 유네스코에 등재 하려 하고 있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 의해서 철거된 서대문(돈의문)의 복원사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이면서, 역사를 파괴하려는 힘과 회복하고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힘이 공존하는 양가적인 상황이죠. 여기서 제가 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사라져가는 것을 조명하는 것 이상으로 현재의 모순을 직시하고 물신화된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함입니다.
<사대문의 도시>는 서울 사대문을 각각 다루는 일종의 연작 형태의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사대문의 도시에서 남대문에 해당 하는 파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남대문은 2007년에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건축, 문화재 복원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스캐닝을 통해서 디지털 데이터로 치환되었고, 1년 후인 2008년, 방화사건이 일어나면서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대문은 여전히 역사적 유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해당 파트에서는 그런 객체를 디지털 공간으로부터 회수하는 여정으로 그려질 예정입니다.
네마프2016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네마프는 국공립 기관이 주관하는 비엔날레나 영화제와는 다르게 여러 부분에서 더욱 열린 성격을 가진 미디어 페스티벌이라 생각합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소개해주면서, 저처럼 전시기회가 마땅치 않은 신진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랍니다.
근대화로 인한 상실의 문제에 과거 작가들이 혁명적인 태도로 달려들었던 것 과 달리 안상범 작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면서도 가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거리를 두어 바라보고 있다. 지난 세대의 역사를 다시금 들추어보는 젊은 세대의 한계점 때문일까. 그러나 지난 네마프에서 선보인 작품 <집향>이 개인적 층위에서 이야기한 것에 반해 이번 작품 <사대문의 도시 part 4>는 역사적 층위에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한 층 진화한 작가의 어법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실과 보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삼각관계에서 한 점을 집어낸 다는 것은 한 사람이 다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여정을 하고 있는 안상범 작가의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
2016.08.02
취재 | 정솔지 최상규 루키
기사작성 | 최상규 루키
8월 9일 화요일 저녁 7시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경쟁부문의 [글로컬 구애전 단편3]이 상영되었다. 이날 GT는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바람이 분다>의 홍유정 감독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의 문소현 감독, <해리의 집>의 이보영 감독 그리고 <Speech in the Void>의 채윤진 감독이 참여하였다. 이하는 이날 GT에 대한 기록이다.
우선 짧게 감독님들 작품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홍유정: 안녕하세요. <바람이 분다>를 연출한 홍유정입니다. 반갑습니다.
문소현: 안녕하세요.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를 제작한 문소현입니다.
이보영: 안녕하세요. <해리의 집>을 연출한 이보영입니다.
채윤진: 안녕하세요. <Speech in the Void>의 채윤진입니다.
<바람이 분다>의 경우 저는 처음에 교육현장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인줄 알았는데요. 작품 소개를 보고나서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한 영화라고 알게 됐습니다. 질문으로 왜 교실이란 공간을 선택하셨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위로하려했는지 궁금합니다.
홍유진 : 제가 작년하고 재작년부터 2년간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었는데요. 영화 제작 실습을 가르쳤는데요.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아이들과 부딪혀요, 특히 아이들이 사소하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 저 같은 신입교사들은 많이 상처를 받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전공이 영화이다 보니 이런 것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구요. 그리고 저 아닌 다른 교사들도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그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의 문소현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작품이 자연과 인간의 관곅를 그린 작품인 것 같은데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표현이었어요, 그런 표현법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나요?
문소현: 제가 전 작업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제가 작업실도 따로 없어서 밤에만 작업하다 보니 몸도 많이 힘들었구요. 그래서 낮에는 건강을 위해서 시간도 보낼 겸 공원을 많이 다녔어요. 처음에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후 한강에서 운동하기가 너무 좋아 자주 찾았는데요. 그 시간이 2~3년 되는데 점차 그 공원에 대해서 의심되는 점들이 보이더라구요, 잘 정리된 구역 밖으로 넘어가면 반대의 침범된 쪽 사람들이 화를 낸다던가 말이죠. 원래 도시의 공원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장소인데 반대의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거예요. 특히 난지캠핑장에서 빼곡히 들어선 캠핑족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 온 것 같고 그밖에 다른 풍경들에서도 공원이라는 장소가 해소되지 않는 욕망들이 집약된 곳 같았구요. 이번 작업은 그런 풍경들을 '콜라주 collage' 형식으로 재현해보았습니다.
<해리의 집> 이보영 감독님에게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작품 속 ‘해리’라는 단어가 등장인물의 이름이고 동시에 ‘해리성 장애’를 뜻하는 의미에서 사용하신 것 같아요, 또 영화 속 집 도 그런 심리의 공간으로 보았는데요. 그렇게 읽어도 되는 건가요?
이보영: 영화 속 집이 해리이기도 하고 해리성 장애를 집약적으로 모아둔 공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해리 안에 해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은유를 의도했구요. 처음에 집을 보았을 때 하나의 집이여서 사람과도 같은 특이한 경험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 집을 해리라고 가정하고 그 안에 해리를 넣어보자 생각해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Speech in the Void>의 채윤진 감독님에게 질문 드립니다. 작품이 굉장히 예술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와 예술개념의 비판을 하신 것 같은데요. 작품을 만드시면서 자신이 예술가라는 전제는 계속되는데요. 이 영화속 질문에 대하여 나름의 답은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계속 의문을 가지면서 스스로 예술을 하시는 근거와 생가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채윤진: 이 작품은 주인공도 그렇고 작업한 시기도 그렇고 제가 학교를 갓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본 예술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만든 작업이에요. 주인공 설정도 그런 맥락이었구요 솔직히. 답은 없지만 그래서 일부러 회의적이며 극단적 시각으로 연설문을 적었는데요. 답을 찾기 위한 마음속 질문은 계속 품은 채 작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리의 집>의 이보영 감독님에게 질문 드립니다, 굉장히 이야기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요. 작품이 감독 본이 느끼신 상태를 표현하신 건가요?
이보영: 그건 아닌데 아주 가끔 그것과 유사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몇 일전 GT를 하면서 도 생각 따로, 말 따로 나오면서 ‘이게 해리인가?’ 생각했었어요.(웃음) 제가 페인팅 작업도 같이 하는데요. 정신분석의 용어, 현상, 혹은 사례를 통해서도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해리성 증후군’은 드라마의 소재로도 종종 보여서 그것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이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영화 속 집을 발견하면서 ‘이제는 해봐야겠다!’ 결심했구요. 혼자 ‘해리성 증후군’에 대해서 공부도 하면서 작업했습니다.
관객: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 재밌게 봤는데요. 질문으로는 우선 영화 속 동물과 사람에 대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궁금하구요. 그리고 세 분의 감독님들께는 작업을 하시면서 힘드셨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소현: 작업은 실리콘을 많이 썼어요. 실리콘이 힘을 주면 쉽게 휘어지거든요. 작업방식의 표현방식에 대해서는 스톱 애니메이션이라 하는데 프레임 촬영보다는 실사촬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실리콘을 쓸 때는 움직이기 편해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서도 질문하셨는데 차례대로 답변 부탁드립니다.
홍유정: 단편영화의 경우 상업영화에 비해 스태프가 적다보니 역할 분담이 잘 안돼서 감독의 할 일이 많아요. 장비 로케이션 회계까지요. ‘영화 제작에 거의 모든 일들을 내가 해야한다’는 점들이 힘들었구요. 그리고 이번엔 특히 학생들 역할의 보조출연자 섭외가 어려워서 제가 가르친 아이들에게 여름방학 때 부탁을 했어요. 그때 3일 연속 촬영하는데, 첫날, 둘째 날 거의 안 오다가 셋째 날에서야 조금 조금씩 와서 아이들이 와서 올 때 마다 책상을 추가해 넣으며 작업한 기억이 나네요.
문소현: 저는 작업을 혼자 하는 편이에요 촬영에서 편집까지 다 혼자 하는데요. 처음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저녁에는 또 저 혼자 작업을 해야 하고 그래서 그냥 집에서 혼자하게 됐는데요. 아무래도 혼자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주로 애니메이팅 기술적인 부분을 하루 종일 고민했어요. 그래도 밤새 촬영하다보면 방법들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죠. 하지만 그런 고비를 매일 경험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보영: 저는 작품에 외국인들이 출연하는데 언어적 소통의 불편함이 있어요. 세 분 중 두 분의 국적이 스페인인데 한 달 동안 같이 작업을 하면서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야외촬영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촬영당시 날씨가 지금처럼 더울 때여서 많이들 지쳐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들 잘해주어 잘 끝난 것 같습니다.
채윤진: 작품 속 텍스트는 처음에 퍼포먼스를 염두하고 만든 것이었는데요. 그것을 묵혀두다가 몇 년 뒤 영상으로 만들 기회가 생겨서 작업을 했어요.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영상을 위해 따로 한 촬영은 없었고요. 주인공이 하는 예술가에 대한 생각과 상관없는 사적인 영상들을 모아 구성해봐야겠다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몇 년간 찍은 제 휴대폰 속 영상들을 풀어서 사용했는데요, 처음 머릿속으로는 쉽게 생각했다가 하다 보니 어떻게 영상과 스피치 나레이션의 결합을 해야 할지 편집의 부분에서 많이 어려웠습니다.
<Speech in the Void> 작품에서 연설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채윤진: 연설이 가진 비일상적이고 강한 어조를 사용하고 싶었구요. 그리고 연설이 대화보다는 일방적 한 사람의 외침이잖아. 그리고 이 텍스트에서 강조한건 예술의 기능 없음과 무력함인데요. ‘사람들에게 나는 심각하게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겠지?’라는 의문이 있어서 연설문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분다>에 질문하고 싶은데요. 일상적 풍경임에도 굳이 흑백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홍유정: 이 질문은 항상 듣는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신 것 같네요. (웃음) 우선 작품 주인공 여교사의 이름은 ‘덕희’인데요. 덕희에게 잘 어울리는 톤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색들을 생각했어요. 덕희는 신임 여교사인데요. 신임 여교사로서 큰 포부를 가진 하얀 백지 같은 친구였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추락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흑백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구요. 또 영화 속 현제의 시점인 학원의 장면에서 ‘현제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회색톤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많은 고민을 한 게 영화 중 덕희가 샤프로 학생을 찌르는 우발적인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장면이 컬러로 보여주면 잔인하고 강한 장면일수 있고 관객들에게 덕희에 대해서 편향된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어떻게 하면 가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어요. 그런 부분을 흑백으로 편집하면 그런 잔인함이 많이 덜어진 것 같아 흑백으로 연출했습니다.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 흙 물 같은 물질들을 보는데 저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생명을 이루는 원소를 의도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먼지가 바람에 이는 장면들에서도 그러한 생각을 했었는데요. 어떤 의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문소현 : 저는 공원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도시에서 동물, 식물, 사람이 관계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를 올려보는데 배란다 마다 화분들이 있는 거예요. ‘저렇게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은데, 도시에서는 자연이 어떻게 존재할까?’ 생각하다 공원을 가니 저의 그런 관심, 궁금증에 딱 들어맞는 거예요. 그래서 공원에서 있는 물은 호수 불은 고기 굽는 것에서 흙은 토목공사에서 보았는데요,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공원의 공사현장을 피해 앉는 모습을 보는데 그런 모습에서 공원이라는 곳도 ‘땅의 불안정함’을 느꼈고 그걸 먼지의 날림으로 표현 해보았습니다. 물도 인공호스를 통해 끌어오는데 굉장히 더러워 보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물을 보고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담아내려다보니 물 불 흙에 대한 연출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해리의 집>에서요, 분열된 자아가 나오다가 서로가 묶인 것이 풀리면서 각자 움직이는데요. 그 장면에서 ‘모두가 같고 모두가 다르다’자막이 나오는데 그것이 합일된 자아를 의미하는지 또 인물들이 식물을 응시하는데 그것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이보영 : 식물을 응시하는 것은, 폐가이지만 식물이 자라는 그 모습이 양면성을 보이는 것 같아 촬영했구요. 그리고 ‘모두가 같고 모두가 다르다’의 장면은 제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이들을 묶지 않고 공간 안에 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들에게 ‘나에게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 너희가 생각하는 감정들을 표현해보았으면 좋겠다’했는데요. 한명은 고독함을 한명을 즐거움을 한명은 슬픔을 보였어요. 저는 그 감정들조차도 모른 채로 하고 싶어서 그들이 느끼는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주문했었어요.
굳이 외국인 캐스팅의 이유가 있나요?
제가 당시에 부산에서 레지던시를 했는데요. 그곳이 산속 외진 곳이었어요. 해외에서 워크캠프 봉사자로 그 친구들이 방문했었어요. 한 달 동안 있는데 예술가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그리고 인근 지역 복지시설지원도 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같이 지내보니 뭔가 외모부터 생각까지 저와는 다른 사람들이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작업에 해리의 집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캐스팅 했습니다.
관객: 채윤진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우선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 내용이 개인적인 이야기면서도 보편적 이야기라 생각해서 잘 보았습니다. 질문으로는 영화 속 원고를 단숨에 쓰신 건지 아님 여러 번에 걸쳐 쓰신 건지 궁금하구요. 다음으로 저는 원고 내용의 담담함이 좋았는데요. 영상과 함께 작업 하면서 편집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채윤진 : 텍스트는 단숨에 써내려갔어요. 그치만 원래 퍼포먼스를 위한 글을 영상으로 불러왔을 때는 훨씬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했어요. 기능에 대해서 말하고 다음에 노동에 대해서 말하는 그런 각 문단마다의 흐름을 다듬는데 오래 걸렸구요. 영상으로 보여지면서 내용도 담담하지만 말투도 담담해서 영상 끝에서는 조금 편집을 해서 약간의 강조를 주려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편집해서 덜어낸 부분은 없습니다.
<공원생활 Life in the Park> 고기를 먹는 장면이 컬러로 나오고 개가 자기 발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소현: 저는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최고의 쾌락을 ‘고기 구워 먹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그랬지만 그 최고의 욕망을 가장 잘 보여 주기위해서 컬러로 연출해 보였구요, 그리고 영상속 장면들은 모두 제가 본 것들을 통해 작업한건데요. 한번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개가 있었는데 주인이 산책을 시키더라구요, 근데 강아지가 눈이 안보이니깐 자신의 위치, 존재가 어디 있는지 불안해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발을 물어 뜯는데 그 장면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사람이나 동물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자기 살을 뜯고나 먹는 ‘자가카니발리즘,’, ‘오토카니발리즘’이 발생한다 하더라구요, 동물이 훨씬 그런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요.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넣었구요. 그리고 우리가 보는 물의 원료에 포함된 것들이 동물의 피와 기름으로 흘러내려서 물을 이루고 또 그 검은 물을 보며 우리가 위로받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던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유정: 대학 졸업하고 6년 만에 영화를 찍어 너무 좋았구요 . 그래서 계속 영화를 찍어야 겠다는 생각에 작년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어요. 미친 짓이죠. (웃음) 일 년에 한 편씩 단편을 찍으려 계획중이구요. 내년에도 그 해에 찍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뵀으면 좋겠습니다.
문소현: 저 별달리 드릴 말씀은 없구요. 영화도 분명한 네러티브가 있는 작품이 아니어서 보기 힘드셨겠지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계속 하실 예정인가요?
문소현: 네. 제가 원래 조각을 전공했었지만 조각이 저에게 맞지 않아서 찾아보다 나온 작업 방식이 애니메이션인데요. 앞으로도 계속 작업할 것 같습니다.
이보영: 아까 말씀 못 드렸는데 저와 같이 작업한 친구가 오늘 와주어서 소개드리고 싶었구요, 그리고 앞으로도 정신분석학과 관련해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상에 대해서도 더 공부예정이구요. 그리고 다음 작품은 콘티를 짜고 있는데요. 리프릿 댄스라는 현대무용을 하는 친구들과 협업을 하려고 열심히 생각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구요. 늦은 시간까지 봐주신 관객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채윤진: 전시장에서 영상을 틀다가 처음으로 큰 스크린에서 영상을 보이고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같게 되어 새롭고 좋았구요.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9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기록 | 최상규 루키
사진 | 손지은 루키
8월 9일 오후 7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글로컬 파노라마 3>가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임창재 감독의 진행으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의 노영미 감독과 강진아 배우가 참석하여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작품을 작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노영미(이하 노): 저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 영화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1년 정도 수료했습니다. 그동안 동화나 명언 등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치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이번 작업은 ‘백설 공주’라는 동화를 소재로 삼았고 동양의 꿈 해몽으로 재번역해서 만들어 본 작업입니다.
실사로 작업한 것은 처음인가요?
노: 네, 그런데 프레임 단위 별로 씬 마다 지정을 하고 실사를 스톱시키고 선택한 이미지들로 다시 작업했기 때문에 저는 이것도 스톱모션이라고 불러요. 실사 촬영 한 것을 한 번 더 애니메이션처럼 효과를 주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화면 효과가 눈에 띄었는데 특별히 효과를 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 이펙트를 준 건 하나도 없고, 모든 실사를 찍은 후 편집을 거쳐 프레임을 4에서 24프레임으로 지정했어요. 그리고 매 프레임마다 열 몇 개 종류의 종이들 중에서 장면이나 이야기의 굴곡에 따라 종이를 선택한 후 세 종류의 프린터를 이용해서 15,000장정도 인쇄한 거예요. 사과를 먹고 죽은 장면에서는 한 달 정도 비를 맞은 종이를 사용했어요. 산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연두색이나 초록색이 많이 들어가요. 그 잉크가 떨어졌을 때는 파란색이 나오는 등 잉크 카트리지 상황에 따라서 우연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우연성을 그대로 살렸죠.
후반 작업에서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습니다.
노: 네, 사전 작업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고 촬영은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하루에 많이 작업하면 30초 완성하고 그랬죠.
영상 중간 중간에 자막으로 나오는 글들이 영상의 흐름과 맞는 것 같은 때도 있고 아닌 것 같은 때도 있는데 그렇게 배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 이 작업은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해피엔딩 서사의 원형이 되는 민담 설화를 꿈 해몽으로 번역해서 만든 거예요. 민담 설화는 보통 부모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주인공이 집을 나오고, 어려움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고, 결혼과 동시에 지위를 얻고 끝나는 구조잖아요? 그런 이야기에서부터 파생되어 여성행복동화가 많이 나왔는데 그 이야기를 단순화 시켜서 꿈 해몽으로 바꾼 거예요. 동양의 꿈 해몽 같은 경우, 꿈 내용과 해석 결과가 반대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지점에서는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아예 반대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럼 그 문구들은 직접 쓰신 건가요, 아니면 책에서 가져오신 건가요?
노: 꿈 해몽 책을 6권정도 보고 거기에서 발췌해왔습니다.
강진아 씨가 배우로 출연하셨는데 어떻게 섭외를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노: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만들 때 만났었고 워낙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하신 배우 분이셔서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산에서 촬영 하셨는데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강진아(이하 강): 저희가 충북 단양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곳이 저희 외가댁이기도 하고 알고 보니 촬영감독님 친가이기도 하더라고요. 그 곳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어서 찍기만 하면 멋진 풍경이 담기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영화 같은 순간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대사는 모두 나레이션으로 들어갔고 촬영 때는 대사가 없었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작품을 보신 분들은 힘들지 않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보다는 스태프 분들과 감독님들이 장비를 갖고 이동하시느라 더 힘드셨을 거예요. 의상이 치마여서 상처가 나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흔치 않기 때문에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작년 여름에 촬영했는데 올해 여름이 되니까 작년 촬영이 그리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관객: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노: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중에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라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데 잠자는 여인인 것 같기도 하고 말처럼 보이기도 한 중첩된 이미지로 그려진 그림이에요. 이 작업에서도 여자가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고난이 해소되는 상황들이 해몽으로 풀이됐을 때 상반된 의미를 갖기도 해요. 그런 중첩된 의미를 가진 세계를 보여주고자 해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라고 지었습니다.
두 분의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노: 저는 망점으로 한 스톱모션을 짧은 호흡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요, 또 긴 프로젝트로 지금 제가 짓고 있는 동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강: 저는 작년에 작업했던 결과물들이 이제 나오고 있어요. 이번 달에 영화 <범죄의 여왕>에 잠깐 출연하고 곧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카이 : 거울 호수의 전설>에 성우로 참여해서 ‘하탄’이라는 눈의 여왕 역할을 더빙했습니다. 또 처음으로 제가 독립장편 주연을 맡게 되었어요. 첫 시집을 준비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을 곧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 영화도 이 작품처럼 꼭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6.08.09
진행 │ 임창재 감독
기록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