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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NeMaf 2023 한국부문1: 연결 GT
조영은 조회수:1876 124.57.235.150
2023-08-14 13:42:00

«한국부문1: 연결» GT 

일시: 2023. 08. 13(일) 12:10 상영 후

모더레이터: 안정윤

참석: 권오연, 남아름, 다발 킴, 조한나, 조희수

  «한국부문1: 연결» GT가 8월 13일 KT&G 상상마당 시네마 1관에서 진행되었다. 한 섹션을 구성한 다섯 편의 영화의 각각 소개말을 빌려 말하자면, 조한나 감독의 ‹퀸의 뜨개질›은 한국 사회 속 자신의 정체성을 경계에 두고 질문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젠더적 혼란 그 자체에 대한 긍정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조희수 감독의 ‹더 다이버스›는 팬데믹으로 인한 신체적 비자유의 감각을 주체적 행위를 통하여 ‘비자유의 주인’으로서의 세대와 안과 밖을 연결하고자 하며, 다발 킴 감독의 ‹헤르마프로디토스 돌기신화-드리밍 클럽›은 여성성의 의미를 한국신화 속 여신의 고유한 총체적인 재구성으로 투영하여 사회, 문화적인 관습으로 신체의 가치를 폄하해왔던 전통적인 인간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주원 감독의 ‹모자이크›는 확대와 축소, 재조립의 시각적 환영을 통해 도시를 재-규정하면서 전체와 개체적 인식을 새롭게 모색한다. 권오연, 남아름, 치푸미 탄자와, 나나 노카 감독의 ‹순간이동›은 아시아의 이십 대 여성의 공통된 경험을 통해 세대와 국가를 가로지르며 반복되는 차별과 혐오 문제를 다시금 제시하고, 이를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않고 새로운 양식의 우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 중에서 ‹퀸의 뜨개질›에 관하여 이리저리 떠도는 단상을 덧붙이면서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왜 ‘춘자’는 춘자로, ‘한나’는 한나로 살게 된 걸까?”라는 물음에, 춘자와 한나는 답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의 ‘나’를 이루는 모든 얽히고설킨 디나이얼은 여전히 지금, ‘이곳’에서 짜이는 만다라 매드니스(MANDALA MADNESS)처럼 서서히 (미)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한 번 어긋나면 다시 풀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뜨개질의 특성은 멀고도 긴 여정처럼 느껴지지만, 반대로 삶이란 특정 부분을 잘라 내거나 이어 붙일 수 없으므로 지금 여기, 우리는 끝맺음 없는 여정을 따라갈 수 있다. 그는 ‘뜨개질이 너무 어려워서 울었다.’라고 고백하지만, 그는 이내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재차 말한다. 손가락을 감싸고, 얼굴을 감싸고, 몸을 감싸는 뜨개질 오브제들은 말 그대로 그를 덮고 있는 것임과 동시에 때때로 속에 있는 자신을—수많은 혐오로 뒤덮인 이데올로기 아래에 서 있는 존재—품고 있는 보호막이기도 하다. ‹퀸의 뜨개질›은 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전제 안에 젠더규범을 따르는 사회적 압제가 무엇인지, ‘여성’과 ‘뜨개질’를 엮어내며 그사이의 수많은 물음표를 가로지른다.

 

 

  따라서 이번 섹션에서는 제목처럼 ‘연결’의 감각을 떠올리며, 세상에서 자꾸만 지워지는 존재에 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각자의 기억과 경험들은 어쩌면 공동의 기억이자 경험일 수 있다. 스크린을 통해 보는 낯선 이의 고백이 아니라, ‘너’와 ‘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떠올린다. 이것이 «한국부문1: 연결» 섹션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또 다른 어떤 가능성일 것이다. 다양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진 이야기들이 무대와 객석을 오고 가며 채워졌다. 그중 현장에서 던져진 물음표의 일부를 전한다.

 

 

퀸의 뜨개질›의 조한나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만다라 매드니스가 뜨개질의 ‘끝판왕’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께서 뜨개질의 만랩을 찍은 상황인데, 그 이후로도 뜨개질이 계속하고 싶으신지요.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궁금했습니다.

 

= 사실 만다라 매드니스는 한 오십쯤 되었을 때나 시도할 줄 알았는데요. 영화를 위해 생각보다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허무할 줄 알았는데 또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계속 똑같이 실을 사고, 바늘로 뜨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어요.

 

 

만다라 매드니스’라는 그 이름도 참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제작하시는데 총 육 개월이 걸리셨다고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셨습니다. 근데 만약에 애초 계획이었던 결과물이 완성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하면 어떠셨을지요. 중간에도 잘못 떠서 푸는 장면에서 되게 괴로워하시는데, 작품을 보면 만다라 매드니스와 감독님의 이야기가 계속 전개되어야 하는데 만약에 못했다면 다른 계획이나 대안이 될 만한 시나리오가 있으셨을지 궁금했어요.

 

= 되게 재미있는 질문인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사실 만다라 매드니스는 끝이 없어요. 제가 완성한 버전은 약간, ‘이 정도 하면 완성할 수 있어요’라고 하는 버전 중 하나예요. 이게 원형이잖아요. 근데 이걸 사각형으로 또 만들 수 있어요. (웃음) 더 떠서 사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추가 버전이 있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멈춘다고 해도 아무도 몰라서…. ‘만다라’라는 이름처럼, 이건 끝이 없고 언제든지 더 확장해 나갈 수 있고 추가할 수 있죠. 끝맺음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보기에 이 정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완성했다고 생각해서 끝맺었던 것 같고, 실패한들 뜬 데까지 보여줘도 상관없었어요.

 

 

 

 

영화가 정말 ‘만다라 매드니스’같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층 한층 레이어가 있는데 형태도 계속 달라지고 색도 달라지는데 되게 예쁘잖아요. 그것처럼 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있고, 인형극도 있고, 이전 작품인 ‹뱃속이 무거워서 꺼내야 했어› (2018) 애니메이션도 있고, 심지어 뮤직비디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영상매체를 활용하신 것 같은데 다 너무 적절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정말 이렇게 거침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게, 뜨개질도 책을 참고하시는 것처럼 명확한 매뉴얼이나 기준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 매뉴얼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말씀 해주신 이전 작품도 그렇고 항상 영화를 기획할 때,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이 있을지에 관한 생각이 구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도 그렸던 거고, 뜨개질을 보여주게 된 거죠. 그리고 그 후에 다른 방식을 찾는 것 같아요. 인형극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도 조는 재연의 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큐멘터리는 재연 배우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싫은 거예요. 제가 드라마 키딩 (2018~2019)을 너무 좋아해서요. 이 작품을 레퍼런스로 많이 가져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다라 매드니스를 뜨기 전에 독백처럼 내레이션으로 “이 작품의 끝에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근데 그건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스스로 질문한 것인데,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변의 작은 변화라도 있었다면 듣고 싶어요.

 

= 원래 티베트 지역에서 숙녀들이 모래로 만다라를 그린 다음에 마지막에 날려 보내면서 끝나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하나하나 그리는 게 중요했다기보다는 날려 보내는 게 더 중요한 거죠. 그래서 그런지 저도 만들면서 엄청 기대했어요. 이걸 만들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현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무언가 깨우칠 것이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자체가 변화인 것 같더라고요.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게 없다는 게 되게 큰 거였어요.

 

 

 

 

  ‹순간이동›은 영화에서 제시하는 팬데믹 시대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얼굴을 가리는 여자들’의 어떠한 시공간으로 귀결된다. 한국과 일본,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교차하며 네 명의 기억과 경험들이 오간다. 그 뒤에 가려져 있는 것은 ‘얼굴’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얼굴을 가린 여자’도 아니다. 이른바 ‘숨바꼭질’처럼 가려진 수많은 혐오와 폭력이다. 그 기억을 공통으로 겪어온 이들의 얼굴에는 이제 아바타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일, 그 이야기를 듣는 일에 더 다가갔다고 할 수 있을까. 연대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아침이 올 거야.”라는 영화 속 말처럼,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 그렇게 연결되는 감각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순간이동›은 감독님이 여러분이신데요. 오늘 참석하신 권오연, 남아름 감독님께서는 협업하시면서 재미있었다거나, 힘들었던 지점들이 있었을까요.

 

= 사실 ‘협업’ 자체가 주제였던 작품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협업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저희는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여성이자 감독으로서 처음 모였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이야기는 저희가 ‘제3 물결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라는 공통점이었어요. 인터넷을 통한 여성들과의 연대, 여성혐오에 관한 경험, 여성으로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감각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이 너무나 유사했죠. 거기서 비슷한 지점들을 찾았던 것 같고요. 저희가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었고, 그전까지 일본에 가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경험이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형태의 경험이나 새롭게 알게 된 이슈들이 있었고요. 이거 자체가 주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가지만, 어찌 됐든 1990년대생으로서 살아오며 경험했던 사회의 유사성, 그 안에는 인터넷을 통해 미투를 접한다든가, SNS를 통해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사진을 업로드 한다든가, 이런 많은 경험이 사실 전 세계가 다 비슷할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그래서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느꼈던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부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를 찾는 게 협업의 의미였어요.

 

 

감독님께서 온라인 문화의 첫 세대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본인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껴서, 굉장히 지혜로운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현재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를 같이 나누기도 하고, 초대도 하고, 논의하고, 문제를 풀고, 숨바꼭질하듯이 우리가 이렇게 변화를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동이었습니다.

 

= 사실 저희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 아시아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말 랜덤으로 만나게 되었거든요. 그때 저희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에서만 우리의 이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가에 대한 회의나 우울이 있었어요. 저희끼리 되게 열심히 작업하는데, 현실은 변하지 않고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도 무언가 리액션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낙담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건 있어요. 사실 AR은 현실과 가상현실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성립하는 매개체여서 저희가 현실의 변화를 그럼에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녹취 및 정리: 조영은. (아카이브팀 ALT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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