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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NeMaf 2025 한국 단편부문4 GT
양준모 조회수:785 211.218.19.131
2025-08-12 22:00:01

«한국단편3» GT

일시: 2025년 8월 12일 (화) 14:35 상영 후

패널: 김현주X조광희, 양석영, 정희정, 김현원

모더레이터: 허남웅

허남웅: 예, 시간이 잠시 지체됐는데요. 감독님들 먼저 인사 말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감독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장욱: "창경"을 찍은 이장욱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정·조혜정: 안녕하세요. "안녕!"을 만든 이은정, 조혜정입니다.
이명륜: 네, 안녕하세요. 저는 "식물"을 연출한 이명륜입니다.
홍승기: 안녕하세요. "몬스트로 옵스큐라"를 연출한 홍승기입니다.
허남웅: 저희가 실험과 대안 영화제이기 때문에, 마이크도 상당히 실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감독님들께 기본적인 질문 한두 개 드리고, 이후에 관객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먼저 공통 질문입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어 지금의 형태로 완성하게 되었는지 여쭙겠습니다. 이장욱 감독님부터 부탁드립니다.
이장욱: 창경궁은 예전엔 동물원과 놀이시설이 있던, 저희 세대에겐 누구나 가고 싶어 하던 장소였습니다. 그런 추억을 갖고 살다가, 어느 계기로 그 공간에 다른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사실을 접하고 복잡한 감정이 생겨 다시 찾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헌을 바탕으로 땅바닥을 찍거나, 풀·꽃 등을 수집해 필름 위에 직접 올려 작업했습니다. 밀폐 용기에 넣은 식물이 썩으면서 필름의 이멀전(emulsion)과 반응해 새로운 미생물이 생겼습니다. 이멀전 성분을 좋아하는 미생물도 있더군요. 죽은 장소에서 시작했지만, 생명의 움직임을 목격하게 된 작업이었습니다.
허남웅: 네, 이은정 감독님은요?
이은정·조혜정: 저희는 영등포구 양평동의 일제강점기 시절 공장에서 10년간 예술 공간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재개발로 건물이 사라지게 돼 새로운 장소를 찾게 됐고, 그 과정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와 출판을 포함해 영등포문화재단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원래 인디아톨 공 대표님이 10년간 공간을 운영했고, 저는 작년에 합류했습니다. 그 공간이 문을 닫는 게 아쉬웠지만, 새로운 시작을 유쾌하게 담으려 했습니다.
허남웅: 이명륜 감독님은요?

이명륜: 3년 전, 영화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동네 뒷산을 자주 산책했습니다. 식물들이 단지 자라는 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위로를 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식물을 주인공으로, 누군가의 상처 속 작은 생명 의지를 끌어내어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허남웅: 홍승기 감독님은요?
홍승기: 1996년, 필름 현상 업체들이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뉴스를 보고, ‘괴물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는 발상을 했습니다. 원래는 완전한 극영화 형태로 진행했으나, 촬영 중 ‘계엄’이라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영화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해, 그 사건을 담기 위해 일부 재촬영을 했습니다.
허남웅: "안녕!" 팀은 퍼포머가 독특한 걸음으로 이동하는데, 촬영 중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이은정·조혜정: 퍼포머의 걸음걸이가 뛰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느리게 걷는 모습이었는데, 우리가 보기엔 특이했지만, 사람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게 더 이상했습니다. 사람 많은 장소에서도 다들 자기 갈 길을 가더군요. 아마 요즘은 미디어 노출이 많아, 낯선 행동도 “유튜브 촬영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허남웅: 홍승기 감독님은요?
홍승기: 광장에서 촬영할 때, 어르신들이 퍼포머를 만져보고 “영화네!” 하며 구경하셨습니다. “찍어도 되나요?” 하면 “찍어” 하시면서요. 그런데 한 분이 “예술하는 애들은 다 그쪽이더라”는 편견 섞인 말씀을 하셔서, 작품 설명을 드리려 했는데, 듣다 말고 흥미를 잃으셨습니다.
허남웅: "창경"과 "식물"은 제목이 단순하지만 의미가 깊습니다. 이장욱 감독님부터요.
이장욱: 원래 다른 제목이 있었지만 폐기했습니다. ‘창경’은 ‘창경궁’을 의미하기도 하고, 한자로 ‘빛나게 하다’라는 좋은 뜻이 있습니다. 촬영 전엔 우울했지만, 작업을 하며 변화가 있었기에 그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허남웅: 이명륜 감독님은요?
이명륜: 식물이 주인공인 영화가 낯설 수 있어서, 관객이 내용을 조금이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제목을 골랐습니다.
허남웅: 관객분들 질문 있으시면 받아보겠습니다. 손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앞쪽에 계신 분부터요.
관객1: 안녕하세요. 작품 잘 봤습니다. "안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퍼포머가 춤을 추다가, 뒤로 갈수록 두 분이 예술에 관해 나누는 대화가 오버랩되더군요. 그런데 그 대화 도중에도 거리의 음악 소리나 기차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진행됩니다. 대화에 집중하면 퍼포머가 다른 골목으로 사라져 있고, 퍼포머를 보다가 보면 대화가 흘러가 있고요. 이렇게 사운드를 겹치게 한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은정·조혜정: 의도적으로 겹친다기보다, 영등포라는 공간의 현장 사운드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영등포는 백화점, 노숙인, 공장 등 모든 것이 섞여 있는 복합적인 장소입니다. 그 라이브한 현장 소리를 담으면서도, 움직임만 있으면 ‘무용 공연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기에 대화도 넣었습니다. 사운드 작업은 인디아톨 공 대표님의 재량이 컸습니다. 저희가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작업에 참여하며 느낀 대로 사운드를 구성하셨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살리고, 작품 포인트와 어긋나는 부분은 줄이셨죠. 예를 들어 앞부분 남자 목소리는 대표님의 이야기입니다. 10년간 공간을 운영하며 좋았지만, 이제는 부담이 덜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허남웅: 네, 뒤쪽에 손 들어주신 분, 질문 부탁드립니다.
관객2: "안녕!"에서 재개발로 사라진 공간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퍼포머의 움직임이 대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성질이 다른 두 요소를 어떻게 매칭하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안무나 레퍼런스 같은 준비 과정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은정·조혜정: 결국 실체는 사람이에요. 공간은 임시로 빌려 쓰는 것이고, 오래 쓰다 보면 의미가 생기지만, 재개발 같은 외부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저희는 투쟁할 힘도 없었고, 운영 부담이 커서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녕!’이라는 제목처럼 아쉬움과 새 출발을 함께 담았습니다. 안무는 처음부터 짠 것이 아닙니다. 퍼포머는 조혜정 감독이 오래 알던 무용수로, 실력 있는 분을 선정했습니다. 몸을 푸는 과정에서 나온 동작이 흥미로워 그대로 살렸고, 촬영 중간에 약간씩 변화를 제안했습니다. 실제 촬영분은 훨씬 많았지만, 편집해 현재 형태가 됐습니다.
허남웅: "몬스트로 옵스큐라" 관련 질문 있으신가요?
관객3: 영화에서 괴물이 한강에서 시작해 서울역 쪽으로 이동하는데, 그 동선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요? 아니면 촬영 중 즉흥적으로 바뀐 건가요?
홍승기: 처음부터 계획했습니다. 폐수가 모이는 하수도를 출발점으로 삼았고, 그 어둠 속에서 깨어난 존재가 물을 떠나 점점 도시 중심부로 향하는 과정을 구상했습니다.
허남웅: "식물"에 대해서도 궁금한 분 계신가요?
관객4: 영화에서 원룸 안이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공간 구성을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이명륜: 원룸을 현실과 다른 공간처럼 보이게 꾸몄습니다. 죽음을 의미하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한때는 생명력이 있던 공간이기도 하죠. 그래서 시든 식물들을 깔아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표현했습니다. 그 속에서 작지만 남아 있는 생명력을 꺼내, 바깥 세상으로 이끌어 햇빛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허남웅: 이장욱 감독님, 창경궁 촬영 과정에서 처음엔 비극적인 감정이 강했다고 하셨는데, 촬영하면서 변화가 있었나요?
이장욱: 희망적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죽음이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그 위에 다른 생명이 전이되고, 그 생명이 또 다른 생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엔 애도의 마음이었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희망이라 부르긴 어렵지만, 감정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허남웅: 다음 질문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제가 몇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몬스트로 옵스큐라"에서 어르신들이 필름 내용을 살펴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어떤 필름을 사용했나요?
홍승기: 2000년대에 개봉했던 장편 영화 한 편과, 해외 개봉작 한 편, 그리고 영화 예고편들을 모았습니다. 예고편은 상영 전 광고처럼 쓰이는 1분 정도의 영상들입니다.
허남웅: "안녕!"은 공동 연출이던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은정·조혜정: 저희는 예전부터 함께 작업해 와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눴습니다.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던지면 다른 사람이 발전시키는 식이죠. "안녕!"의 아이디어와 제목은 이은정 감독이 제안했고, 카메라워크와 진행은 제가 맡았습니다. 현장에서도 같이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재촬영을 결정하는 등 유연하게 진행했습니다.
허남웅: 네, 가운데 계신 분 질문 부탁드립니다.
관객5: "몬스트로 옵스큐라"가 처음엔 극영화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결말은 어떻게 계획하셨나요? 또 왜 태극기 집회만 나오고 다른 집회 장면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홍승기: 다른 집회 장면은 매체에서 많이 봐왔고, 직접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기피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영화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현장에서 사람들이 영화 보는 포즈를 취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극영화일 때는 괴물이 필름 속 기억 속 인물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30년이 지나 어른이 된 아이 배우나, 연기를 그만둔 배우를 찾아가는 설정이었죠.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지면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허남웅: "식물"은 이야기성이 강한 작품인데,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명륜: 식물을 이끌어가는 여자아이 역할은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중 수연이는 가만히 있질 않아서 ‘얘다’ 싶었죠. 폭염 속 촬영이었지만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죽은 인물 역할은 얼굴이 나오지 않아 어려운 자리였지만, 작품의 의도를 설명드리니 흔쾌히 참여해 주셨습니다.
허남웅: 네, 한두 개 정도 더 질문받겠습니다.
관객6: "식물"은 은유적인 장면이 많았고, 인물 얼굴 대신 아래쪽을 찍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명륜: 관객 시선이 인물 감정보다 식물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얼굴을 배제했습니다. 4:3 비율도 식물 형상을 정직하게 담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허남웅: "창경"은 식물과 필름의 반응을 활용하셨는데, 촬영 기간에 변화가 있었나요?
이장욱: 처음엔 그런 방식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촬영 후 아무 변화도 없는 필름을 보면서, 표면을 드러내는 강제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식물을 올려놓았습니다. 은유를 넘어서 실제 생명을 목격한 경험이었습니다.
허남웅: 네,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관객7: 최근 사운드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장욱: 녹음 소스는 많지 않습니다. 마른 나뭇가지 위 발자국 소리, 폭풍 같은 소리를 숲에 마이크를 직접 대고 녹음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속 동물원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공적 역사와 사적 기억 사이 간극을 소리로 연결하려 했습니다.
관객8: 문헌 텍스트가 나올 때 소리가 없고, 마지막 장면은 이미지 없이 소리만 나옵니다. 의도적인 선택인가요?
이장욱: 네. 텍스트가 난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리를 빼서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사적 기억에서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공적 역사와 뒤섞여 있는 제 감정을 유연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허남웅: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독님들, 다음 작품 계획과 함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홍승기 감독님부터요.
홍승기: 괴상한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독립 단편 2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세계와 장르, 언어 사이를 잇는 이야기를 만들겠습니다.
이명륜: 다음에는 인간 감정에 더 집중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네마프에서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이은정·조혜정: 비슷한 결의 작품들과 함께 상영돼 기쁩니다. 앞으로도 영상 작업을 계속할 것이며, 올해 말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열 예정입니다.
이장욱: ‘광합’이라는 제목으로 빛에 관한 연작을 진행 중입니다. 형식은 퍼포먼스와 싱글 채널 영상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허남웅: 끝까지 함께해 주신 다섯 분의 창작자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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