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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파리와 함께 하는 비평웹진] [인터뷰]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 김현주 X 조광희 작가
해파리+박동수 조회수:839 추천수:5
2023-08-13 14:15:02

에디터 :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는 빼뻘이라는 동네를 라이다 스캔 후 VR로 전시 기획한 작품입니다. VR을 활용해 전시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가님들의 평소 작업 방식과 연결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도인지도 궁금합니다.

김현주 X 조광희 : 2019년도부터 빼뻘마을에서 삶과 장소에 대한 아카이브 기반의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아카이브 작업 자체에 대한 고민 또한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던 와중 마을을 아카이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제안을 받게 되었는데요. 빼뻘마을이라는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체화하여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실험을 VR 매체를 통해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빼뻘마을에 왔을 때 목격한 것은 사람들이 살던 마을의 일부가 사라져가던 풍경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건물들이 일순간 사라지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안타까움과 위기감, 일종의 절박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저희에게 건물에 쓰인 낙서나 스티커, 사람들의 물건들, 장소에 남겨진 모든 흔적은 일종의 메시지입니다. 빼뻘의 건물들은 떠난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호흡과, 사람들의 흔적을 온전히 지키며 버티고 있는 것이라 느껴왔는데요. 건물이 사라지면 장소가 사라지고 변하게 되므로 더 이상 그 장소를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 거죠. 어떤 중요한 메시지가 사라지게 되면서 해독 가능성을 잃게 되는.

해마다 사라지고 변화되는 마을의 장소,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VR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사실적 기록이 일종의 가난 포르노처럼 마을을 보여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관객이 작품을 보는 방식과 태도, 공감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서 설치 작업과 관객참여형 작업을 같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간 VR로 마을을 기록하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고, 촬영된 장소는 동일했지만 각각의 장소가 시간성에 의해 변화되고 어긋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는 것 그리고 기억하는 것, 인식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지역이라는 것이 총체적으로 연결된 대기, 시간, 수많은 살아있는 것들에 의해 매일 변화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 어긋남을 강조하고 파편화함으로써 장소 그리고 기억이란 실체가 없는, 기억하려고 하는 주체에 의해 어긋나고 덧붙여진 일종의 몽타주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에디터 : 앞 질문에서 언급했듯이, 작품은 빼뻘이라는 공간을 라이다 스캔하여 가상의 3D 공간에 구현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공간을 기술적으로 가공함으로써 어떤 공백처럼 남을 빼뻘(기지촌)이라는 대문자 역사에 쓰이지 않을 비가시적인 공간 혹은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여 비가시화된 역사/장소를 가시화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작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관해 자유롭게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현주 X 조광희 : 몫 없는 자들의 몫을 불러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남의 삶의 이야기를 가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의 삶과 세계를 예술이라는 장안에 연결하려고 합니다.

 

에디터 : 2022년에 진행하신 <도시-도심(心)> 전시나 <일시적 개입>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님들은 풍경(장소)과 사람을 연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를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풍경, 장소성에 관한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김현주 X 조광희 :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70년 분단의 세월과 도시화 계획에 따라 전쟁은 우리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졌고 ‘과거’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삶의 저편에는 여전히 전쟁을 기억하는 장소들이 남아있고 그 시대의 폭력에 휘말려 산 노인들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을 더듬고 싶었습니다. 노인 세대의 기억을 불러내는 것은 우리 삶의 장소를 다시 보는 일이기도 한데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와 같은 창작에서 근본적인 질문에서 내 주변의 삶들과 장소들을 연결하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 작가님들은 2019년부터 빼뻘 주민들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빼뻘이라는 장소와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주 X 조광희 : 한국전쟁과 관계한 삶과 장소에 대한 일련의 작품들을 진행하면서, 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 만들어진 기지촌과 그곳에서 일하게 된 여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직접 만나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빼뻘마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에디터 : 보통 빼뻘과 같은 기지촌에 관한 작품은 기지촌 여성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많은데요.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는 기지촌에 남아 있는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다 보면 더욱더 빼뻘이라는 동네의 장소성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한편으로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님들의 입장에서는 기지촌 여성 노동자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고민도 잠시 드셨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런 고민을 하셨는지, 만약 이런 고민을 하셨다면 그런데도 장소성에 주목하는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김현주 X 조광희 : 작업을 진행한다는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여성들을 만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분들이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이름표나 완장을 차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마을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과거 클럽에서 일하셨던 분들을 만나게 되곤 합니다. 기지촌 여성 노동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민들을 만났고 현재도 만나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꼭 저희의 작업에 소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작업보다 그들의 공감과 삶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 개인적으로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는 기지촌이라는 상당히 ‘개념적’이고 ‘사고 편향적인’ 기지촌이라는 공간을 다소 편협한 인간의 눈을 최대한 배제하는 라이다 스캔이라는 방식으로 작업함으로써, 그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고 다발적’이게끔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들은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 나갈 때 그 작품을 감상할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현주 X 조광희 : 물론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장소, 세계 안에 있는 그 무엇도 매 순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인식 또한 무언가를 바라보고 사색할 때, 고정된 시각이나 ‘안다’라는 확신보다는 ‘모른다’라는 태도가 열린 질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질문은 대상과의 대화로 연결되고 대화를 통해 대상에 대한 인식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에게 대화란 창작적 사유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 혹시 지금 작업하고 계신 작품이 있는지, 어떤 방식의 작품을 기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주 X 조광희 : 올해 작업하고 있는 것은 <기억 항해>라는 프로젝트형 작업입니다. 약 20년 전 문을 닫은 빼뻘마을의 송산 반점이라는 오래된 장소가 있는데요.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돈을 벌기 위해 이주해 온 1세대 중국 이주민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의 역사가 담긴 곳입니다. 이 장소를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데요. 이와 함께 복합적인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이 공간을 기점으로 관객들이 마을의 맵핑된 장소들을 투어하듯 걸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감각하고 사색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헤드셋을 활용하여 걸으며 마을을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고 감각하는 다원 예술 형태의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이후에는 주민들이 대본화된 멘트를 낭독하고 녹음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글. 해파리+박동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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