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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E&DATE 아트스페이스오 ARTSPACEO
Artist's Statement 어느 날, 저녁 해가 저물 무렵 바람소리에 이끌려 홀로 뒷산에 올랐다. 얼마를 걸었던지 빽빽한 나무 사이를 정처 없이 걷던 중 갑자기 드넓은 빈 땅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달빛 아래 환하게 드러난 들판은 마치 잔잔하게 숨을 고르고 있는 호수 같아 보였다. 깊은 산 속에서 불어오는 불분명한 바람이 가장 늙은 나무의 옹이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커다란 배꼽처럼 생긴 옹이 안에는 낡은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펼쳐보니 단어들이 순서 없이 나열된 사전이었다. 나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소리 내어 단어를 하나씩 읽기 시작하였다. 먼저 눈에 띈 ‘뜨거움’이란 단어를 내 뱉었을 때 내 몸은 불에 덴 것처럼 달아 올라 얼굴까지 벌게 졌다. 희망이나 사랑을 발음하면 그 보다는 훨씬 추상적으로 온 감각이 몽환에 빠져들었다. 용서를 발음 했을 때 난 거대한 바다가 되어 천천히 일렁였다. 사전을 쭉 읽어 내려가며 난 세상의 모든 언어를 경험할 지경에 이르는데 문득 살인,강간,폭력이 눈에 들어왔을 때 조용히 사전을 덮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난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Walking through the forest, I found a book that was placed under a tree. As I opened the book, I saw that the words were listed in unorder, like a dictionary or an encyclopedia. I spread out a page and started to read the words randomly. The first word I noticed was 'hot'. When I said the word out loud, my body flashed like a fire and my face was burnt . When I pronounced 'hope' or 'love', the emotional value of the words came to me more abstractly and fell into dreams. When I pronounced 'forgiveness', the word became a huge sea in which I slowly s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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