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ALT Cinema&Media Award | 대안영상예술상 수상작 총평
한국 부문
2022년 네마프 한국 부문 본선에 오른 26편의 작품들은 일상을 뒤튼 코비드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미래 인류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공존의 방법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영화촬영 방식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풋티지들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시도를 통해 영화적 발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승경 한국 부문 본선 선정위원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 에세이, 댄스 필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하나의 지평에서 심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미학적 가치의 우위 평가가 아닌 작가의 독창적 이미지 편집 방법론과 메시지를 끌고 가는 힘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작품상에는 1950년대 역사적 사건을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교차하여 밀도 있게 선보인 전승일 작가의 <금정굴 이야기>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실험 애니메이션 장르의 활성화를 응원하며 주제를 압축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연출한 <딜레마>의 이정주, 정은진 작가에게 작가상을 드립니다. 네마프의 대안과 실험이라는 두 개의 큰 방향성을 고려하여 타 영화제와는 차별성을 가지는 작품들을 발굴하고자 하였고, 마지막으로 본선 스물여섯 작품 모두 허투루 흘려보내지 못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세라 한국 부문 본선 선정위원
글로컬 부문 작품상으로 선정된 <밤>은 인간의 비극과 위로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으로 공명하는 작품입니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의 고통을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섬세하게 재현했으며,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세계의 참상에 관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위로의 손을 내미는 수작입니다. 감독상으로 선정된 <빛에 눈이 먼>은 태국 영화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소외되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들이 완성도 높은 파운드 푸티지 기법으로 어우러진 울림있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에 감동과 존경을 담아 심사평을 전합니다.
오재형 글로컬 부문 본선 선정위원
글로컬 부문 본선 진출작들에서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 감독들의 거대하고 무한한 창의력을 통해 발산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아름답고 숭고하다. 작품을 창조해내신 모든 감독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훌륭한 작품들속에서 작가상과 작품상을 선정하는 일은 거의 고통에 가까운 작업이다, 네마프의 정신과 영화제의 기획의도에 한걸음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두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조수진 글로컬 부문 본선 선정위원
장편 부문
올해 네마프에 처음 신설된 장편 부문 상영작 5편은 각각의 이유로 지지하고 경탄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수해를 입은 필름을 통해 녹아내린 기대와 열패를 들여다본 〈멜팅 아이스크림〉, 미투 운동의 열기가 지나간 자리를 응시하며 개인에게 남은 흔적들을 다성적으로 아우른 〈애프터 미투〉는 ‘-이후’를 주시하며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상기하게 합니다. 디스토피아적 슬랩스틱이라는 그로테스크 미학을 보여준 〈2551.01〉, 베트남 소수민족의 삶과 기억에 대한 민속지적 접근에 SF의 시간성을 도입한 〈트리 하우스〉는 집과 상실에 대한 독특한 영화적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섬이 없는 지도〉는 감각의 연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공항 건설로 오랜 풍경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섬,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채 모인 이주민, 토박이, 연대자들의 접촉과 교류는 나아가 비인간 존재, 그리고 땅과 연결되는 일로 이어집니다. 영화 만들기 자체를 서로 돌보고 연결하면서 몸으로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수행의 과정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네마프가 지지와 응원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편의 영화 모두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며 계속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감각과 대화를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신재 장편 부문 본선 선정위원
본선에 진출한 다섯 편 모두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적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수작들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들 작품이 내용적, 형식적으로 개성과 다양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번에 신설된 장편 부문에 대한 향후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섬이 없는 지도>는 제주도의 생태 환경을 수호하려는 출신지와 국적, 직업과 세대를 초월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실천, 친목과 연대의 과정을 자연 문제와 인권 문제를 결부시켜 가며 체계적 구성력과 뛰어난 영상미를 통해 다채롭고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함충범 장편 부문 본선 선정위원
뉴미디어 부문
먼저 뉴미디어 부문에 포함된 8팀의 작가분들께 축하의 메세지를 전합니다. 사회의 기록된 서사가 미처 담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였던, 그러나 기억되어야 만하는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어 관객과의 의미 있는 소통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시간과 환경이었지만, 훌륭한 작업들을 선보여 주심에 감사드리고, 저에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고민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수상작을 결정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대안영상예술 선정프로그램인만큼, 독창적이고 대안적이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을 잘 이끌어낸 작업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박기훈 작가의 <깊이에의 강요>는 ‘파독광부’라는 역사적으로 다층적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너무 다가서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대안적인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그 커뮤니티를 바라봅니다. 그들의 노동이 이 땅의 생동하는 에너지로 변환되어 관객에게 들리는 가운데, 작가는 이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 노동이 파생한 다른 사회적 문제는 없는지. 생산과 번영이라는 노동의 에너지는 어떤 사회적 가치에 의해 소멸되고, 또 다른 환경문제를 만들어 내었는지. 작가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강요하는 대신 관객들로 하여금 그저 바라보게 만듭니다. 아마도 ‘깊이에의 강요’를 담고 싶지 않아서 이겠지요. 물론 제작기법이나 완성도 등,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기훈 작가의 ‘열려 있고 대안적인’ 바라보기의 기법은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팀 새의 <새인간>도 특별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영상미와 상징적 내러티브가 특히 인상깊었으며, 개인의 삶과 사회 구조의 충돌과 갈등을 새의 움직임을 통해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보이드를 가로지르는 새들의 움직임과 인간의 실이 없는 실뜨기게임의 시각적, 개념적 유사성과 함께, 광활한 자연과 대비되어 보여지는 헛되지만 헛되지 않은 끊임없는 날개짓을 하는 인간의 삶의 표현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만 영상기법과 미장센 등이 보다 독창적이고 대안적으로 구성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심사평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어려운 창작여건과 제한된 여건 안에서도 많은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각적 언어에 대한 창작의 의지를 볼 수 있었고, 다양한 사회적 그룹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들이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서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최정은 뉴미디어 부문 본선 선정위원
이번 수상작 '깊이에의 강요'는 현존하는 것의 메아리와 같이, 기억의 회상 앞에 서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지적합니다. 작품에서 표현적 미니멀리즘에 대한 시각과, 이주에 대한 은유, 그리고 역사가 침묵하는 것에 대한 깊이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La obra ganadora "Depth wish" apunta a lo que significa estar en pie frente a las reminiscencias de la memoria, como un eco de los presentes. Compartimos su visión de minimalismo expresivo, además de la metáfora acerca de la migración y la sensación de profundidad de lo que la historia calla.
다니엘라 릴로 DANIELA LILLO 뉴미디어 부문 본선 선정위원
(번역: 임수빈 프로그램팀 알트루키)
관객상
‘자연이 미디어다: 작-용’이라는 주제로 총 37편의 한국 단편/장편/뉴미디어 부문 작품들을 관람했습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네마프만의 다채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7인의 관객 위원은 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듭하며 총 4가지의 선정 기준을 토대로 심사과정에 신중히 임했습니다.
하나, 내용과 형식의 진보성. 영상 속 타자와 젠더 감수성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둘, 작품의 참신성. 작품의 화두로 작용한 소재와 상상력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셋, 작품의 완성도. 작품을 지탱하는 구심점과 이를 둘러싼 요소들의 균형을 헤아렸습니다.
넷, 작가 스타일의 가능성. 2022 네마프를 기점으로 더 많은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한 작가의 확장된 세계관을 떠올렸습니다.
2022년 네마프 한국 신작 부문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이 출품되었습니다. 특히, 제주 4.3 사건과 금정굴 학살, 그리고 여성주의, 인종, 질병 등과 같이 현 사회에서 활발히 언급되어야만 하는 역사적/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시도들이 엿보였습니다. 각각의 사안과 관련하여 때로는 첨예한 고찰을 펼치거나, 본인의 경험을 직접 미디어에 투영함으로써 관객 모두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매체가 한 시대의 ‘창’으로서 작용하는 순간들을 스크린으로 마주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네마프 관객상으로 선정한 강예솔 감독의 <로봇이 아닙니다>는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판옵티콘화된 사회,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소외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참신함과 완성도 모두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것이 데이터로 처리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인간 존재 또한 그저 정보 값으로만 환산되는 사회적 표상을 반영했다는 점이 참신한 발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작품에 내포되었음을 방증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려한 기술이 서로를 돋보여주는 동시에, 극장을 나서는 그 순간에도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게 만드는 힘. 7인의 관객 위원은 이러한 동력이 <로봇이 아닙니다>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과 예술의 교차로에서 이 작품은 앞으로도 반짝이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아쉽게도 수상의 영예를 전하진 못했지만, 또 하나의 창으로서 인류세의 기준이 된 자본주의를 넘어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자유주의체제에 의해 소멸된 사람들의 기억과 공간을 독창적인 이미지 활용으로 소환한 시리얼타임즈의 <5분만 배우면 기초부터 실무까지 전문가 되는 성남주민편>, 촛불로 빼곡히 매운 그날의 광화문 광장을 자기반성적 태도로 담담히 회고한 권순현 감독의 <농몽>, 그리고 참신한 실험과 함께 다양한 이름과 국적을 지닌 현대 이방인들의 삶을 들을 수 있었던 은고/남소현 감독의 <서울과 베를린에 무국적 구근 키우기>까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테제를 정독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 다수 포진되었던 이번 한국 신작 부문이었습니다.
관객상을 수상한 <로봇이 아닙니다>와 강예솔 감독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면서, 2022년 네마프에서 마주한 모든 작품, 그리고 작가님들께 깊은 수고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성실한 관객의 입장에서 작가님들의 열정과 창작 행보를 묵묵히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김현원, 김현준, 박이빈, 윤마리, 이강현, 이예인, 정선아 관객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