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겠습니다>는 0과 1의 작은 방 안에서부터 시작된 설치 작품 작업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다양한 색채로 가득한 작업실에서 둘은 작품 완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지만 사실 그들에게 작품 완성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 존재 방식에 대해 묻는 오랜 질문이라면 깔끔하고 기분 좋은 정답이 있을 법도 한데 정답 같은 건 없다. 0 위로 하얀 공들(정보의 포화)이 와르르 쏟아지고 파란 길과 빨간 길이 보란 듯이 놓여 있어도 0과 1의 퉁명스러운 표정이 도무지 풀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답을 알 수 없음’으로부터 온 것이 아닐까. 0과 1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지자 자신들의 길을 만들어 걷고, 1은 온전한 자신이 되기를 포기하라는 스승에게 ‘온전한 걸 바라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하고 소리 지르며 자리를 뜬다. 위험에 처한 툔툐몰라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해 주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지난한 작업 과정에 힘들다는 말이 탄식처럼 나오고 급기야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이분해 버리기도 하지만 0과 1은 싸운 뒤에도 아이스크림을 나란히 앉아 나눠 먹고, 함께 작업을 이어간다.
정답 없이 몸을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창작 과정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해결되지 못한 질문이 가득해도 0과 1의 세상이 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섬광처럼 순간순간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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