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니메이션은 팔, 다리가 길고 부드러워 움직임이 돋보이는 캐릭터와 대비되는 두 개의 차원이 돋보인다. 캐릭터는 긴 팔과 다리, 흰자만 있는 눈, 입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의 감정은 무척 단순하다. 별 감정이 없거나 기쁘거나 고통스럽거나. 이 단순함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딜레마의 상황을 더욱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대비되는 환경도 마찬가지다. 주로 큐브가 등장하는 검은 배경과 따뜻한 파스텔 톤의 드넓은 배경은 감정과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검은 배경은 안정감을 주나 캐릭터를 조이므로 자유를 억압한다. 반면 노란 배경은 드넓은 공백을 제공하며 캐릭터를 신나게 달리게 하나 위험에 빠뜨린다.
많은 사람이 딜레마를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나가긴 싫은데 집에 가만히 누워있기는 심심하다. 고등학교는 너무 빡빡하고 비좁았는데 사회와 대학은 무섭도록 드넓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큰 사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시간이 되거나 단순한 행동만으로 우리의 차원은 단숨에 바뀐다. 애니메이션에서 큐브를 밀거나 벽에 부딪히거나 그냥 뛰다가 차원이 완전히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차원의 변화 속에서 캐릭터는 어떤 타협점을 찾는 듯 보이다가 다시 큐브에 완전히 갇히면서 끝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종류의 딜레마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또 하나 <딜레마>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두 가지 상황을 대비시키면서도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검정 배경(흔히 어둡고 우울하게 쓰이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각 상황의 장단점을 직관적으로 잘 보여줌으로 살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감각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딜레마라 이름 붙이지 못하고 그저 자신에게 이유를 찾았던 많은 순간, 해결책을 찾으려 전전긍긍하던 고민의 시간을 떠올리며 누구의 탓도 아니라 그냥 딜레마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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