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레노멜리아>는 작가 에밀리야 슈카르눌리테가 직접 인어가 되어 노르웨이 올라브스번 바다 일대를 헤엄치며 촬영한 작품이다. 인어는 바다 깊은 곳을 돌아다니다 잠수함 주변을 유영한다. 잠수함은 냉전 시대의 상징이다. 미국과 구소련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잠수함으로 바닷속을 유영하며 서로를 공격할 기회만을 노렸다. 이제 냉전 시대는 낡아버린 버려진 잠수함처럼 저물었지만, 작품에서 지속해 들려오는 송신 소리와 같은 백색 소음은 수중음향 감시체계라는 냉전 시대 산물의 은유처럼 들려온다.
작품은 북극해 주변을 촬영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버린 얼음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기후 위기를 경고한다. 이 소리는 또한 북극항로를 지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그 길을 통한 침략의 가능성이 커짐을 경고하는 경보음이기도 하다. 물론 작품은 침략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나토 기구의 버려진 시설 중 하나를 유영하는 인어의 모습에서 전쟁의 필연적 결과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텐데, 이때 전쟁은 냉전 시대의 전쟁을 넘어선 인공지능과 같은 신흥 기술을 도입할 것이고, 그러면서 지구는 또 다른 고통을 겪으며 더욱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를 겪게 되어 결국 또 다른 침략으로 향할 것이다. 인어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의 꼬리 물기는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꼬리 물기의 탈피 가능성은 인어로 인해 또한 가능하다. <사이노멜리아>에서 인어는 미디어에 재현되는 여러 해양생물과 대화를 나누는 인어와는 달리 심해에 가라앉은 국가 안보 시설과 전쟁 기구를 떠돌다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작가가 직접 인어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인어의 행위는 작가의 바람일 텐데, 인어가 사람이 살지 않는 북극해에 버려졌지만, 소리 없이 아우성하고 있는 기계들의 소리를 눈으로 듣고 힘차게 바깥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기계와 비-인간의 상호작용을 깨달을 수 있다.
글. 난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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