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작가>의 조르주 시피아노는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형식에 관한 실험을 시도”하는 작가이다. 그는 손바닥만한 노트와 핀홀을 사용하여 직접 수공업적인 방식으로 점자 캔버스를 제작한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핀홀을 비어 있는 종이에 격자 모양으로 배치하여 구멍을 찍어내고, 테두리를 인식할 수 있는 지지대를 사용하여 종이의 크기를 지각한다. 비장애인 작가로서 조르주 시피아노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찰리 채플린의 푸티지와 같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되, 종이와 모니터 사이에 디스크로 가림막을 만들어 시각 정보를 차단한 채 촉각에만 의지하여 그림을 그린다. 아이폰으로 촬영된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는 또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와 몽타주 되며 짜여지고, 프레임의 속도는 세계의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한다.
여자는 묻는다. “무엇을 그려? 너는 눈이 보이지 않잖아.” 남자는 대답한다. “나는 보지 않고도 그림을 그려.”
영화는 몸에 관해, 진실에 관해, 신에 관해, 본다는 것에 대해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그 무엇도 없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하는 목소리, 음악, 무용, 그림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영화는 특히 흰지팡이가 내는 소리와 같은 청각적 지표를 사용하여 그림을 촉각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1) 조르주 시피아노는 실제로 진동하는 선이 많을 때, 어떠한 선은 다른 선보다 더 정확한 위치에 있게 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2) 그의 말에 따르면, 시끄러운 곳에서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소음과 상관없이 목소리만을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시각도 그러한 방식으로, “경험과 움직임의 중력과 탄성에 따라" 하나의 선을 기준으로 지각되는 것이다. 진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각하는 것을 더욱 편안하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동 사이에서 능동적인 지각의 선택이다. ‘보는 것=아는 것' 사이, 이질적인 선들의 조합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관객에게 주어진 몫이다. 작품에는 손으로 귤의 껍질을 벗기는 그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눈 먼 작가>는 마치 껍질을 먹고 본질에 해당하는 열매를 버리는 것 - 사탕껍질과 사탕처럼 - 과 마찬가지인 동시대의 또는 비장애중심주의적인 보는 방식, 세계를 지각하고, 앎을 체득하는 방식에 대해 탄식함과 동시에 새로운 보기의 방식을 작동시킨다.
1)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는 흰지팡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든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또 하나의 표시인 것입니다.” http://www.kbuwel.or.kr/Blind/Charter
2) 조르주 시피아노의 인터뷰는 작업 과정과 함께 아래 링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https://www.zippyframes.com/shorts/the-blind-writer-sifianos
글. A.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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