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 '되기'
1963년에 문을 연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그 원형이 보존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이다. 원주의 다른 단관 극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가운데, 간신히 철거를 면한 채 동면 중이던 아카데미극장을 활동가들이 깨워낸다. 활동가들의 노력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은 영화, 공연, 전시 등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30억 원의 지원금과 문화재청상을 받는 등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러한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보존해 왔던 역사적 가치와 문화예술적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가꾸고자 했던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는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 작품이 ‘시네마 베리떼’의 특징을 확보하는 방식들이다. 극장의 가치와 이를 둘러싼 상황에 대하여 설명적인 시선을 견지하던 초반부의 내레이션은 문어체이다. 그러나 “이런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려고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라는 문장을 끝으로, 내레이션은 구어체로 바뀐다. 내레이션의 주어는 ‘나’ 그리고 ‘우리’가 된다. 세 명의 감독이 화자로 등장한다. 이들은 촬영자인 동시에 촬영 대상으로서, 또 다른 촬영 대상인 아카데미극장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나’는 대학생 시절 아카데미극장 개방 행사에 인턴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학원 강사였던 ‘나’는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인생 첫 극장 경험이었다. 학원 강사로 일하던 ‘나’는 어느 순간 본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는 일에 매우 몰입하고 있었다. ‘나’와 ‘우리’의 내레이션은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려는 시의 행정 인력들을 “쟤네”라고 지칭하며, 관객들에게 동일시의 감각을 유발한다.
이들이 든 카메라 역시 아카데미극장의 철거를 둘러싼 혼돈의 장에 활동가이자 기록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관객들 역시 그러할 것을 청한다. 카메라는 시에 동원된 용역 인력이 활동가들에게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을 담아내고, 마이크는 활동가들이 울부짖는 목소리를 기록한다. 더 나아가 카메라는 더욱 직접적인 변화에 동원된다. 활동가들이 폭력의 주체들을 향해 “카메라가 찍고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카메라가 찍고 있으니, 지금 그 폭력을 멈추라. 이것은 카메라가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카메라의 존재를 촬영 대상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여 포착되는 저항의 순간이다. 관객은 이렇게 흔들리고 뒤엉키는 카메라의 프레임을 통과하여, ‘나’와 ‘우리’로서 공권력의 폭력 그리고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아카데미극장과 활동가들이 겪어내었던 투쟁의 현장에 일시적으로 접속하게 된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렇게 아카데미극장 안팎으로, 대안 활동의 즐거움 속으로, 대치 상황의 긴장과 날것의 폭력 한가운데로 관객을 데려다 놓으며, 상호작용적 다큐멘터리로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글. 이슬기. 네마프2024 비평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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