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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양손잡이 (이지선, 2024) | 비평 김채희
영평과 함께하는 비평웹진 조회수:854 추천수:6 61.73.47.182
2025-08-09 11:46:09

<양손잡이>, 손을 위한 페다고지, 손에 의한 페다고지

두 손이 등장하는 화면을 배경으로 설득력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에게 두 손이 있습니다. 오른손 왼손, 앞면 뒷면 거의 같지만 또 다르죠. 오른손으로는 쓰고 왼손으로는 그립니다. 둘이 함께 풍경과 시각과 우주를 만듭니다. 힘이 커지면 서로 싸우고 편을 가르고 (이때 손 모양으로 둘이 싸우는 듯이 묘사) 부딪치고 비교합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까요? 나? 너? 우리? 저들인가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장면은 스크린 혹은 도화지에 투사된 영상인데, 이 화면 끝에는 제작자 이름과 타이틀이 등장한다. 그런데 검은 화면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난 손이 스크린으로 활용되었던 도화지를 완전히 구겨버린다. 그 순간 앞 장면이 미장아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바깥 미장아빔이 시작된다. 도화지를 구겨 소멸시켰던 손을 펴보니, 손에는 온통 검은 자국이 묻어 있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작품 <양손잡이>를 이해하기 위한 오프닝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만약 여기에서 화면이 끝났다면, 이는 유아 학습의 교보재로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영화사에는 지가 베르토프, 노먼 맥라렌, 장 뤽 고다르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페다고지를 설파한 인물들이 시대마다 넘쳐난다. 지금까지의 에피소드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라” 혹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성인이라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양손이 벌이는 그림자놀이로 재현했을 뿐이다.

타이틀이 끝나고 시작되는 본편 에피소드는 컬러로 바뀌고 숏 구성은 다음과 같다. 태양이 바다 위를 비춘다. 이윽고 바다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명한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어서 비는 폭우가 된다. 손이 유리창을 쓱 닦는다. 빗방울이 잦아들면서 화면은 블랙으로 바뀐다. 손가락이 화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점을 찍자, 이 점은 작은 불로 바뀐다. 손 하나가 화면을 가로질러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손은 거친 입으로 변하기도 하고 자기 눈알을 굴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귀에 소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눈알을 드는 손, 귓가에 소리를 지르던 손은 눈구멍에게 다가가 눈알을 끼워준다. 이제 사람은 눈을 뜬다. 다시 손이 천천히 둔덕 위를 걸어간다. 반대편에서 똑같은 손이 다가온다. 손이 손을 잡으려 한다. 예전과 달리 손들은 서로를 부드럽게 만지작거린다. 점점 화면이 밝아진다. 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이윽고 두 손이 밀착되다가 손끝끼리 닿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문득 우리는 “인류의 발전에 최우선으로 이바지한 것은 뇌였을까? 아니면 손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족 보행의 결과로 자유로워진 두 앞발은 손으로 진화했고 인간의 조상이었던 루시(Lucy) 이후의 모든 호모(Homo)계는 이 손을 통해 외계의 사물을 대상으로 온갖 실험을 감행했다. 두 손에 잡힌 물체를 부딪치고 겹치고 쌓아 올리고 깨뜨리고 마모시키면서 획득한 지식과 경험이 뇌에 쌓여 불과 언어 사용의 원천이 되었다. 손은 뇌의 발달을 촉진했고 뇌 능력의 향상은 호모계가 손을 더 정교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뇌가 이족 보행과 발로부터 손으로의 진화를 명령한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인류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손의 역할이 뇌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에피소드의 페다고지는 대칭적인 몸을 가진 인간에게 오른손과 왼손은 상보적인 관계이므로 싸우지 말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감독은 어쩌면 이 페다고지를 통해 호모계가 현생 인류로 발전하는 데 손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설파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렇게 <양손잡이>의 바깥 미장아빔 에피소드는 인류 문명의 공헌자인 손에 대한 헌사이면서 동시에 관점에 따라 왼손이 오른손이 되고 그 반대도 될 수 있는 방향의 역설을 설명하려는 진일보한 페다고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채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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