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는 제주 사려니숲을 모티프로 한 디지털 작업이다. 파도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이곳이 바다인가 싶지만 곧 숲으로 연결되고 숲은 내부에서 외부가 된다. 작품은 십 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숲보다도 넓은 사유의 장으로 초대한다.
저 멀리 덩어리가 보인다. 어떤 변덕과 모순도 없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의 덩어리. 그것에 숲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려는 순간 덩어리는 나무들이 된다. 숲이 수많은 나무와 점들이 되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이 의도적인 해체의 과정은 작품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이며 이는 견고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한 영상화다.
나레이션은 상대의 안부를 묻고 답변해 주기를 요구한다.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닿지 못하는 만큼 힘 주어 반복적으로 묻는 듯 들린다. 우리는 말해지지 않았을 뿐 늘 여기 있었다는 말과 내가 여기에 왔다는 말은 존재한다는 사실과 위치해 있는 공간을 동시에 강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삶 속에 안부를 묻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말해 봐, 내가 여기 있잖아. 어떻게 지내.” 완전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자의 안부 묻기는 마음 구석 깊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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