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15주년 ‘기념’파티. ‘기념’이라는 말은 대게 뜻깊거나 기쁜 일을 기억하는 일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혼’은 전자와는 거리가 좀 멀게 사유되기에 이혼 ‘기념’ 파티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전 세대나, 축하의 의미로써 대부분의 기념파티를 준비해온 파티플래너들에게는 아주 생소하고 어색한 일임이 자연스럽다. 이혼은 정현씨에게도 마치 찌그러지는 것과 같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현재 친구들과 함께 ‘잘’ 살고 있다. 고로 딸들은 그러한 정현씨의 이혼과 삶을 ‘축하’하기 위해 기념파티를 준비한다. 15년간의 정현씨의 사진, 딸들의 애정 어린 편지, 친구들의 축사, 축하 공연 그리고 아빠의 축하(?) 메세지들을 통해 정현씨의 삶을 충실히 기억하고, 기념한다.
사랑 외의 것 들로도 이루어진 ‘결혼’은 그것들로 인해 또한 와해되기도 했다. 가족이 정현씨의 가족을 만들었으나 그녀는 가족을 해체 시킨 아이러니를 겪었다. 이러한 이혼은 이혼 자체로 자식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이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게 했다. 딸들은 이러한 감정을 ‘축하’로, ‘기념’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딸들에 의한 일반적인 축하가 아닌, 축하의 대상인 정현씨 또한 파티의 준비 과정에 참여하며 이혼 당시의 기억과 주변인 들과의 관계에서 사뭇 복잡했던 지난 15년에 대한 정현씨의 삶과 더불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인해 파티 준비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봉착한다.
딸들은 엄마의 이혼기념파티에서 엄마와 딸, 셋의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정현씨의 삶에서 ‘가족’으로 담론을 확장 시킨다. 딸들은 정현씨의 삶을 고찰하며 동시에 본인들의 삶과 행복 그리고 가족에 대해 반추한다.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유되는 쥐구멍만한 가족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그들의 부모님은 이혼했으나 가족은 해체되지 않은 것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결혼없이 가족을 꾸리고 있다.
지리산에서의 이혼파티는 무산되고 정현씨의 집에서 이혼파티는 진행되었으나, 마치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집에서의 이혼파티는 매우 성공적이어 보인다. 기억될 수 없어 존재하는 아픔과 고통이 아닌, 기억으로써 존재하는 행복으로 파티는 마무리된다. 딸들의 행복은 엄마와의 행복과도 연결 되어있다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생각에 딸들은 말한다. 행복 해줘서 고마워 정현씨, 그리고 신난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묻는다. 행복한가?
그들은 말한다. 해피 해피 이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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