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행복한 놈이 되는 것이 싫어”
<들랑날랑 혼삿길>은 제목 그대로 들랑날랑,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을 담은 작품이다. 혼삿길은 자체로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가에게 혼삿길은 남들보다 더욱 시원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본인의 혼삿길에 초점을 두는 것을 본인 가족과의 인터뷰와 결혼정보업체와의 대화라는 방식으로 은유적으로 그리고 섬세하게 경계한다.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사유는 마치 언어로서 정의되기만 하는 ‘행복’에 대한 초월적 사유와 같다.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사회에서 ‘행복’은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존재한다.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폭력성을 지닌 생각과 발언들은 가족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던져진다. 결혼정보업체의 답변 또한 누군가에게는 안도가 될 수 있는 말이나, 작가는 안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슈가 모든 가족에게 필터를 씌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작가에게, 작가를 가족으로서 이해하고 위로한다는 말들은 또 다시 타인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은연중 환기시킨다.
현 사회에서, 특히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작가의 형의 말처럼 가족에게 가족 구성원의 일부가 성소수자라는 것이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또 자랑거리가 아닌 것도 아닌 것 과 같이, 순간과 대상에 따라 삭제되고, 다시 복구되길 반복한다. 물이 너무 익숙해서 물의 존재를 잊어버린 어류들처럼, 우리들은 우리가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는 물에 대한 어떠한 성찰과 비판 없이 철저히 적응해가는데, 이 과정에서 그렇지 못한 어류들을 계속해서 삭제된다.
들어갈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작가의 혼삿길은 ‘들랑’과 ‘날랑’ 그 사이의 공백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공백을, 우리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공유된 무관심으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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