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우주>는 오토픽션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이다. 오토픽션이란 자전소설이라는 뜻으로 직접 경험한 내용을 가지고 소설을 쓰는 행위이다. 3월 8일에 일어난 일을 2월 13일에 일어난 일로 쓰는 등. 이 형식은 다른 시간의 미로를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의 내용과 알맞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가짜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꼭 실제로 그러한 것만을 믿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한다.
영화는 평행우주를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평행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연에 따라 모든 일이 발생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일이란 없다. 강아지를 놀리려고 허공에 먹을 것을 던지는 척을 할 때 강아지가 정색하고 장난하지 말라고 말하는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0%는 아니다. 평행우주 또한 양자역학으로 설명되고 동일한 공간은 다른 위치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무한하게 생성될 수 있다. 영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시간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만,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간 속에서는 함께 존재합니다. 나는 실수이고 유령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갑자기 어느 순간에 다른 우주 속의 자기로 떨어진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 평행우주는 믿거나 말거나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긍지를 안겨주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삶을 사는 내가 다른 우주에는 존재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무척 위안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땐 결코 그렇지 못했다- 그 모든 존재가 실수이고 유령이라는 말이 내 존재를 가볍게 했다. 수없이 마주한, 또 마주할 선택 앞에서 놀이하듯 더욱 가볍고 용감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객관적 앎이란 존재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평행우주란 개념은 적어도 나에게는 설득력 있었고 믿음직했다.
<당신의 우주>는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위트 있게 흘러가서 웃기지만, 그 양가적인 내용은 마냥 웃기지 않다. 영화는 우리의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선택에 관한 두 가지 입장을 묘하게 뒤섞는다. 수많은 선택을 하고 수많은 우주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을 참 능동적이고 특별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결국, 여행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선택과는 상관없이 다른 우주에 내던져지고 그 우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이 무엇인지 모른 채 긍정하고 그 지반 위에서 담담히 삶을 살아가려는 인물들의 모습은 세계의 부조리함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삶을 펼쳐가라는 부조리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는 끝내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삶과 세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관해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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