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코비드-19 기간에 돌아가신 작가의 할아버지를 위해 지내는 ‘제사'라는 한국식 장례 의식을 필름으로 촬영하여 이어 붙이고 포갠 작품이다. 작품에는 흔들리는 나무를 촬영한 필름과 가족을 촬영한 필름을 일차적으로 포개고 이차적으로 블러 처리한 이미지들이 연속한다. 제사라는 의식이 죽음을 축적하고 영속화하는 것이듯, 필름을 포개고 블러 처리하여 내레이션과 결합하는 작품의 방식은 그 작품을 축적된 것이자 영속적인 것으로 만든다.
작품의 영속적임과 더불어 작품은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끝맺지 않는다. 작가가 본인으로부터 뿌리 뻗은 아버지 계보를 탐색하고 있긴 하지만, 계보의 기원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보에 얽힌 감정들을 들여다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감정들은 생성의 명확한 계기가 존재한다기보다 계기들의 얽힘으로 인해 생의 주기에서 진동한다.
이러한 죽음과 필름의 영속성 그리고 감정의 진동에서 뿌리를 뻗어 나가듯, 작가 조나단 승준 리는 그의 아버지에게 그의 아버지에 관해 질문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답한다. 내가 나의 아버지보다는 자기 자식에게 애정 표현을 잘한다고. 또한 작가는 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자주 부르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서로를 다시 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이별을 고하는 내용이다.
노래에서 말하는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고향과의 단절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작가의 상황과도 맞닿는다. 작품은 생과의 단절인 죽음을 제사로 영속화하듯 자신을 영속화하는데, 이러한 작품을 단절이라는 개념이 관통한다.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단절과 영속이라는 개념을 얽음으로써 작품은 결국 단절되어 남겨진 삶을 연결하는 다리를 재건하고자 한다.
글. 난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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