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네 감독은 인터넷이 곧 놀이터였던 첫 세대다. 초등학생에게도 핸드폰이 주어지고 중학생 때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세대, 소통의 창구가 24시간 연결된 게 디폴트인 세대. 팬데믹이 가져온 단절의 시간 속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연결은 지속되었다. 팬데믹은 물리적 단절을 야기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연결의 방식을 고안하게끔 인류를 유도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상용화, 메타버스와 VR챗 등, 물리적 접촉이 끊어졌음에도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접촉의 수단이 우리 앞에 등장했다. <순간이동>은 이를 통한 연결과 접촉, 대화와 공감의 기록이다.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네 감독은 각각 키티와 토미, 미아와 엠마라는 이름의 AR아바타를 생성해 만난다. 이들은 서로의 언어를 할 줄 모르지만 채팅앱의 번역기능을 활용해 대화한다. 다른 국가에서 성장했지만, 여성으로 살아온 이들의 경험은 유사하다. 온라인에 모든 것을 업로드하는 세대임에도, 소셜미디어 속 그들의 사진 대부분은 얼굴의 일부를 가리고 있다. AR아바타는 손이나 이모티콘으로 얼굴을 가리던 습관의 확장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그들의 얼굴 사진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온라인상의 여성 사진은 수집되고, 수정되고, 유포된다. AR아바타는 이들에게 안전함을 제공한다.
인터넷은 모든 것이 가능한 열린 세계, 모두와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처럼 여겨졌다. 인터넷이 그러한 공간이 아님을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네 감독이 경험하고 목격해온 온라인상의 여성혐오적 범죄, 신상털이, 불법촬영물 유포, 혐오발언이다. 여성성을 강조해온 현실 속의 양육과 교육, 여성혐오적인 사회는 인터넷에서 고스란히 반복된다. 이는 코로나19가 지닌 접촉의 위험성만큼이나 위협적이다. 화상회의와 AR아바타는 단순히 팬데믹이 만들어낸 새로운 접촉의 조건이 아니라, 현실과 마찬가지로 안전함을 담보하지 못하는 온라인 공간 속에서 안전하기 위해 택한 수단이다.
이 수단은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함께 선사한다. <순간이동>이라는 제목처럼, 비대면의 사회는 안전한 접촉의 수단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서로의 아바타를 자신의 공간에 초대한다. 한국의 제사, 페미사이드에 항의하는 시위에 함께하고, 서로의 도시에서 (가상적으로) 만나 대화한다. 여성혐오와 팬데믹이라는 비관적 상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조건에서, 이들은 비관을 이어가거나 냉소하는 대신 새로운 연결의 방식을 탐색한다. 질병과 여성혐오의 위협을 뚫고 국경을 넘어서, 이들은 연결의 기술로 확장된 손을 서로에게 내민다.
글. 박동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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