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접촉의 가능성을 상정하기: <self reflection>
‘트랜스포터’에 앉아있는 ‘효진’의 다리를 구성하는 데이터셋은 이동을 거쳐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의 빛기둥으로 현현한다. 셋이 함께한 순간은 이질적인 세계의 포터 위에서이다. 순환을 지시하는 ‘종원’의 손짓과 ‘한주’의 말 못 할 사정이 겹친다. 둘 사이의 명확하지 않은 불화는 효진과 한주의 존재를 뒤섞는 결과를 만든다. 이들의 몸짓과 눈빛은 교차된 세계에서, 빛으로 이지러진 세계에서 마주한다. 하지만 찰나의 마주함만이 존재할 뿐 그들의 접촉은 가변적이다.
양분화된 세상과 이중화된 시각에서의 인물들은 한쪽과 다른 한쪽의 관계에서 불가분의 모습을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는 중간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은 반사된 세상인가? 그렇다면 원래 모습은 무엇인가? 혹은 이러한 질문을 해 볼 수도 있다. 반사는 ‘교차’와 ‘교환’을 담보하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self reflection>에서 반사는 물리적이지 않은 ‘가상의’ 접촉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다. 부서진 빛과 어지러운 소음의 부딪힘은 그 어드메에서 다시 굴절될 수 있는 충돌 지점을 만든다. 이를 이어줄 수 있는 ‘다리’는 끊임없이 접촉할 대상을 찾아 꿈틀대는 ‘은빛 다리’의 움직임이다. 종원이 막대기를 들고 달리는 순간 효진은 다리를 내려놓고, 한주로 세계에 도달한다. 이동의 매체는 가변적인 세계에서 (어쩌면) 더욱더 가변적인 접촉의 공간, ‘우리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등장인물들의 자기-반성은 구체에 올라탄 효진의 이동에서, 현실로, 혹은 어떤 것이 현실인지 모르는 세계로의 이동에서 시작한다. 성장은 이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횡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가시화된다. 현실과 가상, 데이터와 기억, 존재와 부재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성장은 가상적 이미지와 실재적 이미지의 교차편집으로 가시화된다.
<self reflection>이 시도하는 영상실험은 현대 기술 사회에서의 존재와 인식, 기억과 데이터의 교환에 대한 시각적 성찰을 통해 본질에 닿을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자신의 존재와 주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지러진 빛으로 상징화된 교환의 이미지는 반사의 경계를 흐린다. 그리고 이 빛무리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우리의 존재는 끊임없이 재정의된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는 단순한 시각적 현상을 넘어서는 존재론적 공간이 된다. 빛과 그림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자아와 타자, 현실과 가상, 기억과 상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self reflection>은 이 경계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접촉의 순간들을 포착함으로써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 가능성을 통해 우리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
글. 이인. 네마프2024 비평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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