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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사는 이미지들(유성훈) - 임지민 관객구애위원
영평과 함께하는 비평웹진 조회수:4606 추천수:34 121.162.174.61
2015-08-17 12:57:33

<집에 사는 이미지들>에서 남자는 손발이 지저분하게 진흙투성이가 되고 옷이 온통 물에 적셔지지 않고서는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양, 몸에 묻는 물과 흙을 아랑곳하지 않고 흙과 물의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갯벌이 어둑해지고 남자는 노를 저어 화면을 가로지른다. 물안개, 배, 물에 비친 남자의 모습이 흔들거리는 가운데 둥근 불빛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쳐 와 남자가 탄 배를 둥글게 에워싼다. 빛의 움직임이 호의의 표시인지 항의의 동작인지 알 길 없지만, 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아는 듯 자신의 배腹에서 정체 모를 길다란 하얀 줄을 길게 끄집어내어 물속으로 던진다. 집에서 하는 낚시라고 해서 편히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남자는 줄을, 아니 줄을 꽉 문 빛덩이를 힘주어 당기는데, 끈에서 피가 번져 나올 지경이 되도록 힘겹게 당겨도 빛덩이는 쉽사리 끌려오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사물을 만질 때 쓰는 지문이 달린 손가락에 의지하지 않고 그의 몸으로부터 솟아난 새로운 촉수로써 빛을 감각하려던 남자는, 이내 일렁이는 물에 온몸을 던져 물과 함께 술렁인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신체 부위들의 이미지와, 정체 모를 낚시를 하는 남자의 이미지 사이에 명시적인 연관관계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영화 전체를 하나의 일관된 총체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주춤하게 된다. 이 멈칫함은, 망설임 없이 줄을 던지고 지체 없이 물에 뛰어드는 남자의 일련의 행동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의미를 해독해내려는 의식적 행동은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 때 지연을 겪지만, 이 모든 행동을 창조해나가는 이로서의 남자는 거침이 없고, 남자는 구분 가능한 의미단위로서의 주변 이미지들―물, 안개, 빛, 흙―과 한데 뭉친 채 흔들려, 인물과 주변 간 경계는 흐려진다. 감독이 물처럼 쏟아낸 이미지들이 흐르는 가운데 의미들은 때로는 높은 때로는 낮은 곡선을 그리는 파동인 양 출렁댄다. 그래서 의미는 정지된 컵 속의 정갈한 물처럼 투명하게 잡힐 수가 없다. 조각난 몸 이미지들과 집 같지 않은 집에서 하는 낚시들은 일상생활의 눈, 평온한 감각의 그물에는 걸려들지 않기에, 이 기묘하고 축축한 안개 낚시의 집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차라리 우리 역시 눈을 감고 배에서 촉수를 꺼내드는 게 낫겠다.

 

리뷰  |  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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